[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두 국가 해법’과 성지의 평화
- kchristian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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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크게 반발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영국과 호주, 캐나다, 그리고 포르투갈이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방의 주요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역사적인 찬성표’라 할 만하다. 이로써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147개국에서 151개국으로 늘어났다.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의 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의 일환”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가자 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종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지, 결코 테러리즘을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하마스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선언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핵심이 여전히 ‘두 국가 해법’에 있음을 국제사회가 다시 확인한 것이다.
두 국가 해법은 1947년 유엔 결의안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독립된 국가로 인정해 공존을 도모하자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1948년 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잇따른 전쟁과 분쟁 속에서 이 구상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특히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West Bank)과 가자지구(Gaza Strip)를 점령했고,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 자치권 확대와 이스라엘 안보 보장이 팽팽히 맞서며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은 당당하게 국가로 인정받았지만, 팔레스타인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반대로 오랫동안 국가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반대가 결정적 이유였다. 팔레스타인도 자치정부를 구성해 무하마드 압바스 대통령과 정부조직을 갖추었지만, 무기력과 부패가 깊어 졌다. 과거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 시절의 패기나 저항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날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우파는 가자지구를 군사적으로 완전히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동시에, 서안지구에서도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영토를 조금씩 잠식하는 셈이다.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점령했지만 통치할 권한은 없는, 국제법적으로 매우 특수한 지역이다. 이미 수십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 인근에 거주하며, 도로와 치안권은 이스라엘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농지와 주거지는 줄어들고, 경제적 자립 기반은 점차 붕괴되고 있다. 정착촌 확대, 토지 몰수, 주택 철거, 이동 제한 등이 이어지면서 당장은 폭격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조용한 초토화(Silent Demolition)’가 진행되고 있다.
가자지구가 이미 초토화된 상황에서, 만약 서안지구마저 무력 충돌에 휘말린다면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물론 지역 전체의 평화가 산산조각날 수 있다.
무엇보다 서안지구는 단순히 팔레스타인인의 삶의 터전이 아니라, 인류 문명과 기독교 신앙의 뿌리가 담긴 땅이다. 예수님의 탄생지 베들레헴에는 예수 탄생교회가 있고, 헤브론에는 아브라함·이삭·야곱과 사라·리브가·레아가 묻힌 ‘막벨라 굴’이 있다. 이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 모두가 신성시하는 장소다. 또 세겜에는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신 ‘야곱의 우물’이 있고 요르단강은 예수님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곳으로 전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여리고도 서안지구에 있다.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난 곳이자, 예수님이 40일 금식하시며 시험을 받으신 ‘유혹의 산(Mount of Temptation)’이 있는 곳이다.
예수님의 탄생(베들레헴), 공생애의 시작(세례), 시험과 기도(광야), 사역의 현장(여리고·세겜)이 모두 서안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말하자면, 예수님의 생애 초기와 사역의 기초가 놓인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두 국가 해법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무력으로는 결코 평화를 만들 수 없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멈추고, 성지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의 국가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이스라엘의 안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존엄이 무시되는 한, 그 어떤 안보도 지속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가 두 국가 해법을 현실로 만들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가자와 서안의 전쟁을 끝내고, 성지에 참된 평화를 회복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현재 전쟁으로 인해 성지순례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나는 성지순례 참가자들을 모집해 예수님의 발자취를 함께 걸었던 안내자였다. 그래서 이번에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선언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정의로운 복음’처럼 들려졌다. 성지에 대한 개인적인 그리움, 그리고 종교와 인종 간의 적대의 벽이 허물어지고 서안지구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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