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천사원’과 조규환 장로님
- kchristian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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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
한국에서 조규환 장로님이 별세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한국 ‘사회복지의 선구자’라고 존경받는 분이었다. 옛날 ‘은평 천사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고아원을 세워 고아들을 친자식들과 함께 키우며 ‘고아들의 아버지’로 평생을 사신 분이다.
1971년 감신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반정부 데모꾼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금방 이게 아니다 싶어 발을 뺐다. 그러나 가슴은 뛰고 있었다. 당시 은평구 구산동에는 결핵환자와 가족들이 판자집에 의지해서 사는 빈민촌이 있었고 그 빈민촌 한 가운데 ‘실로암교회’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몇 발자국 거리에 은평천사원이 있었다.
나의 영적 멘토였던 김종순 목사님이 신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그 결핵환자들을 위해 세워진 실로암교회를 자청하여 들어가는 걸 보고 나는 놀랐다. 나도 따라 나섰다. 열명 정도 결핵환자나 가족들이 모이는 교회에 중고등부는 3~4명이었다. 나는 그들을 맡는 교육 전도사였다. 교회당 추녀 밑에 널판지를 세워서 눈비를 가린다고 지어 놓은 게 목사관이었다. 목사도 가난뱅이, 교인도 가난뱅이에다 결핵환자들, 버림받은 사회의 음지였다. 우선 그 동네에 들어서면 이상한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히곤 했다. 가난과 질병이 신음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 교회를 드나들면서 학교에도 가지 않고 떠도는 아이들을 보았다. 중학교에 갈 돈도, 의욕도 없는데다 부모의 관심밖으로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할 일 없이 그냥 거리에 떠도는 아이들.
나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핵환자촌에서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을 끌어 모아 야학을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간 것이 천사원의 조규환 장로였다. 그는 단칼에 교실을 내 줄 테니 시작해 보라고 했다.
그때 나와 의기 투합되어 함께 야학선생님으로 헌신한 신학생들이 채재관, 유승훈, 김태환, 김흥욱 등이었다. 지금은 다 은퇴목사가 되었고 유승훈 목사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아이들을 끌어 모아 20여명이 되었다. 그럴듯한 야학이었다. 우리 신학생 친구들이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며 수학, 영어, 사회 등을 가르쳤다.
그러나 찬사원에서 시작된 이 야학은 6개월을넘기지 못했다. 정규 학교도 아닌지라 아이들 편에선 희망도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배움의 의욕이 없는 게 문제였다. 선생님들에게도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공부하면서 매일 버스를 두번씩 갈아타고 구산동에 드나 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당시 구약학 교수였던 민영진 박사님이 축구 공 2개를 사 들고 우리를 격려 방문해 주셨건만 그것도 큰 약발이 되지 못했다.
그 후 나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CBS 경찰기자가 되어 종로 경찰서를 출입할 때였다. 경찰 기자는 원래 새벽에 경찰서 형사과를 뒤지고 다니면서 사건사고를 챙겨야 하기에 꼭두 새벽에 경찰서를 쳐들어(?)가야 하는 직업이었다.
어느 날 새벽 형사과에 들어서니 낯익은 조규환 장로님이 구석에서 졸고 있지 않은가? “장로님, 웬 일이세요?” 알고 보니 고아원에서 장성하여 사회로 나간 아이가 사고를 쳐서 체포되었고 그 오갈 데 없는 아이는 장로님을 보호자라고 적어 넣는 바람에 끌려온 것이었다. 한잠도 못 자고 유치장 옆에서 조서를 쓰기위해 밤을 새운 ‘고아원 아버지!’ 나는 그날 새벽 그 경찰서에서 “저 분이 바로 예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경찰서에 끌려 다니는 게 일과 중의 하나라고 했다. 그가 가는 길이 너무 감동적이라 경찰서 밖에 나와 눈시울이 적셔오는 걸 참느라고 애쓴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곧 이민길에 올랐다. 그렇게 오래전 헤어진 그 고아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은 베들레헴 마구간을 선택하여 이 땅에 오셨다. 1970년대 서울의 가장 낮은 ‘베들레헴 마구간’은 구산동의 실로암 교회요, 그 건너편 은평 천사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실로암 교회를 목회하던 김종순 목사님은 은퇴 후 여전히 나의 멘토로 살아 계시다. 그리고 또 한 분 천사원의 고아원 아버지, 조규환 장로님은 지난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것이다. 천사원은 현재 ‘엔젤스 헤이븐’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정말 ‘천사들의 안식처’에서 이제는 영원한 안식을 누리 시길 빈다.
예수님처럼 살아보려고 애쓰시던 한국교계의 큰 별들이 이렇게 하나, 둘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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