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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한국행 뒤엔 교계 물밑 헌신 있었다

11 minute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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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왼쪽)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구로구 한 우체국 앞에서 두 청년에게 보내는 탈북민 및 교회 성도들의 편지를 발송하는 모습.


우크라이나 수용소의 북한군 포로인 두 청년에게 한국행 소식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이른바 ‘아빠’의 편지였다. 탈북 군인 출신 장세율(57) 겨레얼통일연대 대표가 두 청년을 “사랑하는 아들”이라 부르며 지난 10일자로 쓴 편지였다. 추석을 앞두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용소에 고향 음식이 전해졌고, 한국행 발표 아흐레 전인 14일에는 수용소 교도관의 회신도 받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두 청년이 한국에 오기까지 1년 8개월 동안 장 대표는 한국교회 및 인권단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의회, 현지 시민단체를 차례로 설득하고 현지 변호사까지 선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북한군 포로 청년 백모씨와 리모씨 모습.


장 대표는 “당시 교도관이 운동도 잘하고 치료도 잘 받으며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10일자 편지에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너희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진정한 뜻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담겼다.


2008년 탈북한 장 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빠의 심정으로 편지를 썼다. 너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으로 고통을 받게 된 청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답했다. 경기도 하남 혜림교회(김영우 목사) 성도인 그는 2014년 형제들을 정치범 수용소에서 잃은 뒤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역해 왔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 3월 23일이다. 현지 변호사를 통해 낸 보호 요청에 우크라이나 국방부 법률지원국이 두 청년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른 보호를 고려하겠다는 공식 회신을 보내왔다. 장 대표는 “변호사들이 ‘자국을 공격한 군인들이라 불편하지만 인권과 정의의 길이니 맡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600만원에 달하는 법률 비용은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 교수)이 후원했다. 장 대표는 “정말 눈물 나게 고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2025 서울 북한인권세계대회’를 계기로 출범한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북인협) 상임대표 정베드로 목사는 “에스더기도운동이 장 대표를 초청해 함께 기도하고 헌금을 모았다”면서 “많은 기도와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북인협도 시민사회와 함께 모금운동을 펼쳐 포로 송환을 후원했다.


3월 회신 전까지 우크라이나 측의 답은 번번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였다. 장 대표는 “지난해 1월 만난 우크라이나 NGO 관계자들로부터 ‘한 명은 한국에 가겠다는데 다른 한 명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해 협력을 미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반년 후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답도 같았다. 그사이 장 대표는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자유민주연맹과 업무협약을 맺어 현지 파트너로 삼고, 유럽의회와 유엔,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에 보호를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북인협이 출범한 ‘북한군포로자유송환비상대책위원회’의 사무총장도 맡았다.


지난 5월 7~11일에는 인권 대표단 6명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았다. 현지 초청장과 보안각서까지 갖췄지만 여행금지국 방문에 필요한 정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는 받지 못했다. 장 대표는 현지 기관들과 일정을 모두 잡아둔 상태여서 약속을 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이 일로 외교부 고발에 따른 조사를 받고 있다.


대표단은 두 청년을 만나지 못한 채 수용시설 앞에서 기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한 장성은 “자유의사가 번복되지 않는 한 무조건 한국에 간다”며 “우리는 소말리아 해적이 아니다. 인질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게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장 대표는 전했다. 한국행 전 마지막 절차는 이해관계 당사국이 아닌 적십자의 최종 확인이었다. 장 대표는 두 청년이 이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내린 결정을 끝까지 지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자유의 선택은 소중하지만 끝까지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


한국행 소식은 겨레얼통일연대가 지난 21일 탈북민과 시민 35명의 편지를 부친 지 이틀 만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며칠 뒤에 올 줄은 우리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두 청년은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먼저 닿은 편지에 “언젠가 자유로운 곳에서 너희를 직접 만나는 날이 오면 아빠는 아마 많은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너희들을 한번 꼭 안아주고 싶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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