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명 성경 접근 차단… 디지털 시대에도 가로막힌 '복음의 길'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그리스도인이 성경을 자유롭게 읽지 못하는 환경에 처해 있으며, 이 가운데 1억 2,500만 명은 인쇄본이나 디지털 등 어떤 형태로도 성경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매체가 급격히 발전한 오늘날에도 법적 탄압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이중 장벽이 복음의 가장 기초적인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도어즈와 성경유통선교회 등 여러 글로벌 선교 단체가 연합해 전 세계 106개국을 조사한 '2026 성경 접근 계획(Bible Access Initiative)'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7개 언어로 된 100개국 전문가 설문조사와 심층 면담, 현장 방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 성경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 국가와 성경 부족이 심각한 국가 목록을 함께 공개했다.
목숨 건 성경 소지와 빈곤으로 멈춘 보급
보고서는 신앙의 자유가 억압받는 국가뿐 아니라 법적 제재가 없는 지역의 경제적 문제에도 주목했다. 성경 소지 자체가 목숨을 위협받는 극단적 탄압국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북한, 예멘, 소말리아 등이 꼽혔다. 북한의 경우 정기 가택 수색에서 성경이 발견되면 처형되거나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히는 등 전면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민주콩고(DRC),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은 성경 소지가 법적으로 자유롭지만 각국마다 1,000만 명 이상의 성도가 성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1억 700만 명의 성도가 있는 민주콩고의 경우 신자의 성경 소유율이 33%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는 종교적 박해가 아니라 국민 5명 중 1명만 전기를 쓸 수 있을 만큼 극심한 가난과 도로망 부족 탓이다.
현대 선교계가 디지털 플랫폼과 다국어 번역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현장의 실제 접근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26년 현재 성경은 모바일 앱과 오디오, 영상 등 역사상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보급되고 있으나, 문맹과 인터넷 단절, 전력난에 묶인 취약 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성경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개인이 안전하게 손에 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단순한 번역본 개발을 넘어 유통 현장의 현실적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단순 전달을 넘어 자립 인프라 구축으로
박해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데도 경제적 장벽 때문에 성경을 접하지 못하는 18개국에만 최소 5,400만 권의 성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의 문서 선교 방식이 후원금을 모아 책을 인쇄해 보내는 단발성 행사에 그쳤다면, 이제는 현지 도로망과 유통 채널, 기초 교육 시설을 고려한 세부 전략이 절실하다.
복음의 접촉점을 넓히려면 성경책 제작비 지원뿐만 아니라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기초 문자 교육과 인터넷 없이도 작동하는 오프라인 오디오 기기 보급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결국 교계와 선교 리더십은 숫자를 채우는 데 집중하던 기존의 확장주의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의 구조적 대안을 세워야 한다. 박해 국가에는 비밀 유통망과 안전한 디지털 보안 기술을 지원하고, 빈곤 국가에는 태양광 패널이 달린 재생 기기와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맞춤형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
한인 교회 역시 연례 후원금 전달에 머물지 않고, 현지 사역자가 실질적인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실무적인 연대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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