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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또 시끄럽다. 


이번엔 ‘기후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파리 기후협정은 지난 2015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의 합의로 마련돼 발효되었다. 


이들 국가들은 지구가 시방 열 받고 있으니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온실가스배출량을 감축하자는 아주 어른스러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 국가는 중국, 그 다음은 미국이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지지하여 비준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 불공정한 이익을 주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 ‘America First’를 들고 나왔다. 이 협정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호주머니에서 너무 많은 돈이 털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ABC 방송 등이 금방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알아봤다. 


국민 반 이상이 탈퇴반대였다. 응답자 59%가 반대, 찬성은 28%에 불과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의 82%가 강력 반대였지만 공화당은 67%가 찬성... 그러니까 여기서도 제 식구 감싸기였다.


‘녹색운동가’, ‘환경운동 전도사’로 불리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CNN에 출현하여 트럼프의 탈퇴선언을 비판하면서도 ‘다행히’ 미국의 주지사, 시장 등이 ‘미국기후동맹’을 결성하여 파리협정을 준수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물론이고 공화당의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 등도 트럼프에게 동의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하와이를 비롯하여 콜로라도, 미네소타, 오레건 등도 미국기후동맹에 조인하겠다고 했고 전국에서 150여개 도시들도 파리협정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으니 한마디로 트럼프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신세가 되었다.


이번 주 크리스천뉴스 헤드라인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캐톨릭, 유대교, 개신교, 무슬림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심지어 연방 대법관에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닐 고서치를 임명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트럼프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던 복음주의자들도 이번엔 머리를 갸우뚱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일은 잘한 일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고 한다. 그러니까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입장은 갈리고 있다.


사실 개신교 보수주의에겐 기후변화 이슈자체가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면” 만사형통인 것을 도대체 기후변화 따위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런 식이다. 지구상의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데이터나 생태학자들의 주장들이 먹혀들지 않는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으니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일이라고 능청맞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다. 지구온난화조차도 그분의 계획 가운데 일부일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더구나 예수님의 재림신앙에 집착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님이 다시 오실 경우 모든 게 한방으로 끝장나는데 영혼이 구원받으면 그만이지 지구 따위를 보호해서 뭘 하자냐는 식이다. 주님 재림이 우리 맘대로 되는 일인가? 


초대교인들이 “마라나타,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고 주님의 재림을 그토록 갈망했건만 2천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주님은 오시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그분 소관이요, 그 분 주권에 속한 일이니 우리가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숨 쉬고 생존해야 할 생활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한방이면 끝나는 주님 재림만을 목 놓아 기다려야 된다고?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캐나다로 이민가고 아프리카와 빈곤국의 어린이들이 가뭄 때문에 떼죽음을 당하는 지구촌 비극을 그냥 뉴스거리로 구경만 해야 된다고? 


그건 아니다. 그런 무능과 나태함이 좋은 믿음으로 포장되는 것은 영적불륜이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후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이 말씀은 자연의 정복자가 되어 모든 만물을 착취해도 좋다고 허락하신 말씀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위탁을 받아 만물의 청지기로 살아가라는 말씀인지를 놓고 해석은 오락가락했다. 아무튼 전통적 창조신앙은 자연의 착취와 정복에 정신적 기반을 제공한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마침내 지구가 서서히 인간의 탐욕 때문에 병들고 열 받고 가뭄, 지진, 홍수 등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자 번쩍 정신을 차려 반성을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명령은 사실 자연을 잘 관리하라는 위탁명령이라는 생태학적 통찰력이 생겨난 것이다. 더 이상 우리의 환경을 쾌락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자각이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국제협정을 놓고 돈과 일자리 때문에 발을 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재앙이긴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런 국제협약을 훨씬 초월하는 성숙한 신앙적 자성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창조동산을 잘 돌보는 청지기의 사명을 회복하는 일, 트럼프의 결정과 관계없이 파리협정을 준수하겠다는 미국 주지사들의 결의보다 더 수준 높은 환경선교에 눈을 돌려야 마땅하다.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물량제일, 소비제일주의에 빠져있는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단순하고 검소한 삶을 통해 절제와 자족을 익혀가는 라이프스타일을 훈련해야 한다. 


그게 ‘열 받는 지구, 열 받게 하는 미국’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 모습이 아니겠는가?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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