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명 밑바닥 삶 보듬는 '쪽방촌 대부', 김흥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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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사로의 집 김흥용 목사(오른쪽)가 지난 4월 서울역 앞 한 쪽방을 찾아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


“목회 일선에선 은퇴했지만 어려운 사람들이 계속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쪽방 주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여생을 그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서울역 일대에서 쪽방 주민과 노숙인 2000여명을 돌봐 온 ‘나사로의 집’ 김흥용(73) 목사가 회고록 ‘쪽방동네 거지왕초’(우리하나·사진)를 출간했다.
쪽방은 ‘쪼갠 방’의 준말로 0.7평의 비좁은 방이다. 부엌과 화장실, 욕실조차 없고 단지 ‘잠만 잘 수 있는 방’이다.
“쪽방 주민들에게 가장 힘든 계절은 여름입니다.
비좁은 데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말 그대로 ‘찜질방’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쪽방 주민들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곳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체력단련도 하고 샤워도 할 수 있는 쉼터가 절실했습니다. 바로 나사로의 집이지요.”
김 목사는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상경해 1년여를 노숙하며 구걸하고 다녔다.
걸인 처지에 교회에 나갔다가 한 장로의 도움으로 학교 경비와 이발사, 공장노동자, 한국은행 도서관 사서를 거쳐 50대 중반의 나이에 야간 신학교를 졸업, 목사 안수를 받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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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에는 서울역 인근에 ‘나사로의 집’을 설립했다. 어릴 적 자신처럼 삶의 희망과 용기를 잃어가고 있는 영혼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20년간 은행에서 근무하고 받은 퇴직금을 모두 쏟아 부었다.
나사로의 집은 매 주일마다 환자를 돌보는 진료소가 된다. 주일 점심이 되면 100여명의 밥을 해 먹이는 식당이 되고 겨울철에는 기업체에서 기부받은 옷가지들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장소가 된다.
나사로의 집은 15년 넘게 ‘나눔의 쌀독’을 운영해왔다. 이 쌀독은 쪽방 주민들이 쌀이 떨어져 끼니를 잇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구호용 쌀독이다.
김 목사는 ‘쪽방촌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취업과 인생, 건강 문제 등을 상담하려는 쪽방 주민과 걸인들이 줄을 잇는다.
나사로의 집 ‘소원 기도함’에는 취업을 알아봐 달라, 결혼 주례를 맡아 달라, 경찰서에 잡혀 있으니 합의를 주선해 달라, 병원비가 없어 퇴원을 못하니 도와달라는 등 애환 어린 호소가 가득하다.
김 목사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006년 뇌졸중 진단 이후 후유증을 앓고, 위암 등으로 네 차례 수술을 받고도 사역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그는 “쪽방촌 사역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02-771-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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