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암 환우회' 이끄는 손경미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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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겪는 고통’이냐며 가슴 아파해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책 제목 그대로 ‘당신에게 힘이 될 것’이다.
고통을 고통으로 끝내지 않고, 그 고통을 새로운 차원의 사랑으로 승화시킨 한 여인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있다.
책 표지 ‘하나님은 고통의 커튼 뒤에 진짜 행복을 숨겨두셨습니다’라는 구절도 음미해볼 만하다.
이 책은 유방암으로 4년간 여섯 번의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수술할 수도 없는 뇌종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시안 암 환우회’ 대표 손경미 사모의 이야기다.
암 환자를 돕는 암 환자인 셈이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암 환우회는 워싱턴DC와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등에도 지부를 갖춘 미 연방정부 등록 비영리단체로 시카고 본부에만 250여명의 회원이 있다.
손 사모의 남편은 중국인 목회자로 그동안 미국 내 중국인 교회와 한국인 교회에서 사역해왔다.
손 사모는 2003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목회자 사모로서 바쁜 일상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오른쪽 늑골 아랫부분에 딱딱한 무언가가 짚였다.
일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암 환자로서 살아가야 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치렁치렁했던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눈썹까지 빠지는 경험을 했다. 항상 죽음을 묵상해야 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단말마처럼 외쳤다. “주여, 왜!” 자신에게 암을 주신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다. ‘이러다 죽는다 해도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확신은 그가 지독한 암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하루를 살더라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지는 삶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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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th You 당신에게  힘이 될게요/손경미 지음/생명의말씀사


책에는 중국인 남편을 만난 과정, 중국인 시부모와 함께 살았던 당시의 이야기, 암 발병과 그 이후의 투병과 헌신 등 손 사모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최근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손 사모는 뇌의 종양 때문에 간간히 얼굴을 찡그리긴 했지만 밝고 아름다웠다.
대화 내내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암이 감기처럼 많은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물론 기도로 낫는 분들이 계십니다. 많은 간증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암이 낫는 수준으로 머무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시간이 얼마나 주어졌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원했습니다.”
그는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6번째 항암 치료를 받던 2008년 그는 자궁암으로 입원한 30대 초반의 여성 환자를 만났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절망의 상태였다. 손 사모는 그에게 편지를 썼다. “나도 암 환자입니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됩니다. 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손 사모가 시작한 암 환자에게 편지쓰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그것이 아시안 암 환우회의 시작이었다.
“내가 단지 암 환자라는 사실 때문에 다른 암 환자에게 다가가 진실된 소통을 하며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내가 암 환자인데요, 지금 나도 죽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당신을 위해 기도해 주고 싶어요’라고 울며 이야기하면 모두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이 사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하나님께 쓰임 받는다면 정말 기쁜 일이잖아요.”
아시안 암 환우회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온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손 사모는 기도한단다.
“하나님, 이 자원 봉사자들은 제발 암을 경험하지 않게 해 주세요. 경험하지 않은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되게 해 주세요.”
손 사모는 이야기 말미에 “제가 왜 머리카락을 이렇게 길게 기르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말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습니다.
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엄마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저는 ‘얘야, 내 머리카락 한번 만져봐’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나도 네 엄마처럼 머리카락이 다 빠졌는데 이렇게 다시 머리카락이 멋지게 생겼잖아.
네 엄마도 그러실 거야. 슬퍼하지 말아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정말 그래요?’라며 환하게 웃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곱게 기르고 있어요. 호호호.”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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