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장관의 딸 이민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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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아 변호사, 믿음의 강을 건넌 그는 말한다. “사랑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고.

 

‘이런 책은 일생에 한번만 쓸 수 있는 것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장녀 이민아(52) 변호사가 쓴 신앙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시냇가에심은나무 펴냄)을 읽고 든 생각이었다.
책에는 한 인간이 절절하게, 처절하게 ‘하나님 아버지’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서문에서 이 변호사는 말했다. “이 책은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저의 사랑, 그리고 저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이것 말고는 이 책을 더 정확히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책 속에는 한 여성을 끝내 자신의 사명자로 부르는 하늘 아버지의 끈질긴 추적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그 하늘 아버지 사랑 없이는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만족함을 누릴 수 없다는 비밀을 알아버린 한 인간의 이야기가 겹쳐져 있다.
그래서 책에는 세상적 코드로 보았을 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영의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만 순종할 수 있다는 믿음의 스토리가 거기 담겨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누구인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조기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미국에 건너간 그녀는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LA지역 검사를 역임했던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었다.
김한길 전 국회의원과의 결혼과 이혼, 암 투병, 실명, 첫 아이의 사망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여성이기도 하다.
1992년 세례를 받은 그녀는 2009년 안수를 받아 목사가 되었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호주와 아프리카, 중국 등 전 세계를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다.
이어령 전 장관은 평소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딸(이 변호사)은 자주 자기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고 해요. 만일 하나님이 한번만이라도 내게 ‘어령아…’라면서 음성을 들려주신다면 지금까지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던져 버릴 수 있는데…. 저에게는 그 음성이 잘 안 들려요.” 이 전 장관은 결국 ‘하나님 음성’을 듣는 딸의 믿음을 통해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문지방을 넘었다.
12일 이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서울 모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이 전 장관에게 세례를 준 고 하용조 목사와 같이 질병은 그의 오랜 친구다.
그러나 환자복을 입은 이씨는 밝았다. 맑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사랑을 이야기했다. 단호히 말한다. “사랑은 하나님에게서 옵니다. 그분을 알고, 사랑할 때만 우리는 사랑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사랑, 한 남자와의 지독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공허했다고 한다.
“늘 외로웠어요. 사랑은 상처가 됐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정체성 위기 속에 자살충동도 느꼈습니다. 그러다 하나님을 만났어요.
나를 향한 그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알면서 상처들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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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아 변호사가 1981년 대학 졸업식에서 아버지 이어령 당시 이화여대 교수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실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 모두가 ‘땅끝의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님 사랑뿐입니다.”
이 변호사는 오랜 세월 “하나님 닮는 축복을 누리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겸손과 온유, 용서하는 마음이야말로 하나님 닮은 사람의 특징이었다. 인생에서 용서할 수 없는 몇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용서의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들, 그들을 결국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사랑을 알고서부터였다.
그는 사랑하면 인간이 할 수 없는 순교적 희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순교는 죽는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 신앙 여정에서 물어보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는 순간 이뤄진다.
이혼과 질병, 첫 아들을 잃는 극한 슬픔 속에서도 그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인생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있지만 하나님은 결국 ‘재 대신 화관을, 슬픔 대신 희락을 주시는’ 선하신 분이라는 확신이 그를 감쌌다.
‘모든 것을 잃어도 하늘 아버지 이름만 잃지 않으면 모든 것을 얻은 자’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것이 병중에서도 그가 기쁨과 희락의 새노래를 부를 수 있는 비결이었다.
어떻게 그런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예수님처럼 불속과 물속을 지나가는 죽음의 체험이 필요합니다.
그 돌아섬, 절절한 터닝의 체험이 없으면 도저히 하나님을 만날 수도, 그 음성 들을 수도 없습니다.
죽음 없이, 십자가의 돌아섬 없이 예수님을 믿고 따를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확실히 이 변호사는 믿음의 강을 건넌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뚜렷이 “나는 너의 목자다”라고 말해줬다. 그 목자 되신 예수님과 동행하는 것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
강을 건넌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이 세상 어떤 것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자신을 떨어지게 할 수 없다는 확고함이 있다. 그녀는 거듭 말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우리 인생에서 그분의 사랑보다 더 큰 기적은 없습니다.”
이 전 장관의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에는 신앙의 문지방을 넘기 시작한 경계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실 우리 모두 믿음의 측면에서 경계인일지 모른다. 그의 딸, 이민아 변호사는 지금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비밀, 그리스도를 아버지를 비롯해 수많은 경계인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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