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로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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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5개 종단 지도자들의 평화의 기도’...한국복음주의회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5개 종단의 지도자들이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부르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이영훈 목사, 박남수 선도사, 법륜 스님, 김홍진 신부, 김대선 교무.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심게 하소서/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
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박종화 목사)에 ‘평화의 기도’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날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김명혁 목사)는 기독교를 비롯한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1정신 이어받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이란 주제의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열었다.
5개 종단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고, 이들은 ‘평화의 기도’를 따라 불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종교 지도자와 관계자들은 모두 이날만큼은 한 목소리를 냈다.
종교인들이 먼저 회개하고 깨우쳐야 이 사회를 올바로 인도할 수 있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였다.
또 종파를 초월해 불우 이웃을 돌보고 비폭력, 화해와 평화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길 간절히 기원했다.
첫 강사로 나선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는 군사적인 힘이나 정치·외교적 기획으로 이룰 수 없다”며 “이를 위해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종교계와 산업계, 학계, 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개신교 신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사는 것이며 따라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힘쓰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마땅한 사명이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신교가 지금까지 인도적인 견지에서 힘써 온 북한주민 지원사업은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뿐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더 큰 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남수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은 3·1운동 당시 33인 민족대표들이 바로 종교지도자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3·1운동 당시 종교간 이견도, 개인간 이견도 모두 뒤로 돌리고 단일대오를 형성했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흠모하고 찬양하는 3·1운동 정신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은 “종교인들이 3·1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이제 북한동포의 인권개선, 평화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 홍진 천주교쑥고개교회 주임은 3·1정신을 계승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운동 및 무국적 외래어사용 배척운동, 사법주권과 군사주권·경제주권 되찾기 운동, 한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정의·평화운동, 이 땅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올바른 나라세우기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각 종교 입장에서만 통일이념을 정립하고 통일운동을 전개한다면 자칫 종교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왔다. 김대선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은 “자기종교를 먼저 내세우지 말고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이념 개발과 신뢰회복운동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발표에 앞서 열린 기도회에서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 목사는 아브라함의 예를 들어 우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해 만 101세인 방 목사는 93년 전 고향인 평안북도 선천에서 겪었던 3·1 운동을 간증하면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조카 롯과 동거할 때 초장문제로 그 목자들이 다투는 것을 보고 ‘우리는 골육이라 서로 다투지 말자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고 고백한 것처럼 상대방을 존중하고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응답에 나선 손인웅 덕수교회 목사는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다면 행복한 나라와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환 영의 말씀을 한 이정익(신촌성결교회) 한복협 부회장은 “민족이 위기에 빠지면 일어서는 사람들이 바로 종교인들”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종파의 종교인들을 초청하는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가 ‘남남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문’을 낭독했다.
목청껏 부른 ‘평화의 기도’ 노래의 의미를 깨달아서일까.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종교 지도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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