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조명환 RESIZED.jpg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인류의 죄를 대신 씻어 구원하셨다는 대속 교리는 기독교의 핵심 진리이자 기독교의 진수다. 사진은 루벤스의 1627년 작 ‘십자가 위의 예수’.

 

A: 영국의 대중적인 생물학자이며 반기독교적 무신론자인 리차드 도킨스(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대표적인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기독교의 하나님을 ‘잔인하고 가학적이며 심술궂은 난폭한 존재’라고 비난한다. 

도킨스는 “신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기 원한다면 그냥 용서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비판한다.

 

●대속 교리가 필요한 이유

 

사실 이런 비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도 바울도 ‘십자가에 처형된 메시아’라는 관점은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고전 1:23)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킨스 같은 현대의 무신론자들이 조롱하는 대속(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인류의 죄를 대신 씻어 구원한 일) 교리는 왜 필요할까.

첫째 도킨스는 원죄라는 아이디어를 조롱하고 죄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진화 생물학자인 그에게 현생 인류는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한 커플’의 후손이 아니라 많은 영장류로부터 각기 진화되어 온 생존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발생하는 진화과정 중에서 약자의 죽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에 따르면 크리스천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지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가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권력을 추구하는 타락한 본성과 정의를 추구하는 갈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근대 철학자인 조셉 버틀러도 인간은 덕을 추구하거나 악덕을 행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진화론에서는 악한 인간의 본성의 근원도, 이타적인 희생을 말하는 도덕도 설명할 수 없다.

 

●죄의 심각한 본질 때문

 

둘째 도킨스는 존재한 적도 없는 아담이 저지른 죄를 위해 신이 예수가 되어 십자가에서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한다는 교리는 혐오스럽다고 비판한다. 

그는 대속이 기독교의 핵심교리라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긴 하다. 

그런데 왜 대속이 필요한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하나님은 구약에서 동물을 대신 희생시키는 제사 제도를 통해 인간의 죄를 용서하셨다. 

왜 신은 죄를 그냥 용서하지 않고 굳이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죄를 용서하셨을까. 

그것은 죄의 심각한 본질 때문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희생당하신 것은 자신의 피를 통해 영원한 속죄를 이루기 위해서다(히 9:12). 

‘그냥 죄를 용서하면 된다’는 도킨스의 주장은 죄와 형벌에 대한 우리의 법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형법체계는 죄에 대한 응분의 형벌을 규정한다. 

가령 살인범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살인이 죄가 아니거나 희생자에게 존엄한 가치가 없었다는 말이 된다. 

죄에 대한 형벌이 없다면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무정부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대속, 기독교와 타종교의 차이점

 

셋째 예수님은 죄와 용서를 이해하기 쉽도록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해주셨다. 

예수는 마태복음 18장에서 1만 달란트(약 30조원)의 빚을 진 신하의 비유를 통해 죄와 용서의 문제를 명료하게 풀어주셨다. 

1만 달란트의 빚은 한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결코 상환할 수 없는 금액이다. 

예수는 “인자가 온 것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막 10:45)”이라고 말씀하셨다. 

‘대속물’이라는 말은 노예를 값을 주고 사서 자유롭게 해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죄인은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대속의 교리는 우리의 죄를 예수님이 대신 지셨기에 우리가 예수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의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분석 철학자인 알빈 플랑팅가(노트르담대 명예 교수)는 창조주가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해 피조물의 죄와 고통을 직접 담당하신 것이야 말로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끝없는 하나님의 사랑 드러내

 

결론적으로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대속 교리는 십자가에서 ‘상처입은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죄의 엄중함과 끝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성경은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5:21)고 선언한다. 

기독교는 구원의 종교이고, 십자가는 구원을 이루는 하나님의 지혜요 능력이다. 

죄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건널 수 없는 큰 간격을 만들어 놨지만 예수의 십자가는 그 둘을 다시 연결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믿는 것이 죄인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유일한 길이다.

 
10_조명환2.jpg
▲김기호 한동대 교수

베이지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