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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알레포 잔혹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알레포는 시리아 북부 도시로서 지중해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계곡에 건설된 도시다. 

오랜 옛날 오스만 제국 시대에는 콘스탄티노플, 카이로와 함께 제국의 3대 도시로 유명했던 도시였다. 


이 알레포가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가 되어 왔다.


그 이전 알레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훑어본 적이 있다. 


젊은이들은 꿈을 꾸고 상인들은 활기가 넘치고 시민들은 낭만과 평화를 만끽하는 중동의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 알레포가 지금은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죽음의 도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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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2011년 3월 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는 아사드 정권이 전복되기를 원한다”는 낙서를 한 게 발단이 되었다. 


그 후 시아파 정부군과 수니파를 대변하는 반군 사이의 대립은 내전으로 치달았고 급기야 러시아는 정부군을, 미국은 반군을 지원하면서 국제대리전 양상으로 번져갔다. 


그 바람에 시리아는 화약고로 변했다.


내전을 피해 국민의 절반가량인 1천100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시리아를 탈출했다. 


이들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나 지중해를 거쳐 유럽을 향해 죽자 살자 빠져나갔다. 


이 내란으로 죽은 사람은 무려 30여만 명.


 이 보다 더 비참한 인간지옥이 어디 있을까?


알레포가 그 시리아 내전의 중심이 되었다. 


알레포의 서부는 정부군, 동부는 반군지역으로 분리되어 4년 반 동안 가장 첨예한 전선이 되어왔다. 


유엔은 알레포에서 벌어지는 유혈사태를 인도주의의 위기요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하얀 헬멧''으로 불리는 민간구조대가 활동하던 도시가 알레포였다. 


자원봉사자인 이들은 오직 하얀 헬멧 하나만 쓰고 공습으로 파괴된 현장에 달려가 포탄 세례를 무릅쓰고 인명을 구하는 휴머니스트들이었다. 


세계 언론은 ‘알레포의 희망’이란 말로 이들을 보도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알레포를 탈환하기 위해 싸우는 정부군이 이곳 주민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정부군의 보복을 두려워하면서도 알레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노력들이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지난 주 13일 아사드 정부군이 소련과 이란 연합군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의 반군 지역을 완전 박살내고 승리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반군과 휴전협정을 맺는 척 하다가 정부군이 뒤통수를 쳐서 사정없이 공습을 퍼 부은 것이다.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했겠는가? 


국제기구들과 EU국가들은 민간인 밀집지역 공습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전쟁범죄라고 한꺼번에 비판하고 나섰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알레포 희생자들을 기리며 조명을 끄기도 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어쩡쩡하게 지켜보다 국제사회에서 욕을 먹고 있는 중이다.


''알레포의 비극''은 정부군의 폭격 속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다섯 살 꼬마 옴란 다크니시의 사진과 영상이 얼마 전 세계 언론에 소개되면서 반짝 주목을 받았다.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돼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앰뷸런스 의자에 앉은 꼬마는 울 생각조차 못하는 모습이었다.


 1년 전 터키 해안에서 잠자는 듯한 모습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드디의 모습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는 비로소 시리아 난민을 보며 마냥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지 반성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푸틴과 아사드는 손을 굳게 잡고 알레포 완전 탈환작전에 성공한 것이다. 

UN은 있어서 무얼 하는가?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연합인가? 

미국이 인권의 보루라고? 


그 수많은 민간인들이, 수많은 아이들이, 수많은 부녀자들이 파리 목숨처럼 죽어가고 있는 생지옥을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면 인권의 보루란 말이 타당한가?


그 무자비한 독재자 아사드를 전쟁범죄자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우자는 목소리는 왜 없는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 나라 차기 대통령이 그런 만행을 서슴치않는 후안무치 소련이란 나라와 부동산 거래의 파트너가 되어 짝꿍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도 화가 나고 그 나라와 찰떡거래를 하면서 돈을 벌어들인 석유재벌을 국무장관으로 뽑았다는 건 또 무슨 소린가?


지난 주말 드디어 터키주재 소련 대사가 앙카라에서 피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범인은 “알레포를 기억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결국 악이 악을 부른 것이다.


아사드의 정부군이 이겼다고 알레포의 잔혹사는 종식 될 것인가?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하면서 마음 한구석엔 이 기도를 잊지 말자. 


그 죽음과 절망의 땅에 아기 예수의 평화가 찾아오게 해 달라고.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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