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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주인공 대니(왼쪽에서 세번째)가 동생(맨 오른쪽)과 한인교회 농구팀에서 활약하는 모습.

 

"상한 마음에 쓰러진 자/ 죄의 무게에 억눌린 자/… 삶의 끝에서 무너진 자/ 생명의 샘에 목마른 자/ 오 주께 나오라/ 두 팔로 우릴 안으시네/ 우리 죄 용서하셨네."

최근 미국 에미상에서 8관왕을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에 등장한 찬양곡 '오 주께 나오라'(O Come to the Altar)의 가사 일부다. 

드라마 주인공인 한국계 미국인 '대니 조'(스티븐 연)는 한인교회에서 회중과 함께 이 가사를 따라 부르다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한다. 

이를 본 교회 목사는 그에게 다가와 이렇게 기도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우리 형제와 함께해 주십시오. 당신의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소서."

이 드라마에서 한인교회는 이민자 2세가 미국 사회에서 겪는 좌절감과 분노, 부담감과 공포를 쏟아내는 치유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동시에 동포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공간,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인식 차가 선명히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성난 사람들'의 감독 이성진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븐 연과 나는 한인교회를 다니며 컸기에 대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며 "교회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은 곳이다. 

실제 모습 그대로를 담으려 애썼다"고 밝혔다.

120년 넘는 해외 이민사 가운데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온 한인교회.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인교회는 여타 해외 콘텐츠에서 어떻게 소개됐을까.

 

◎고향의 정이 고플 땐… 한인교회로

무엇보다 한인교회는 이민 1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특히 교인들이 예배 후 함께 나누는 식사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민자의 향수를 달래는 한편 한인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기능을 한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 역시 독특한 한인교회 식사 문화에 주목했다. 

NYT는 해당 보도에서 "한인교회 점심이 수십 년간 한인 이민자가 미국에 정착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성난 사람들' 감상평을 남긴 아시아계미국인기독교협동조합 회장인 레이먼드 장도 한인교회에서 먹었던 식사의 추억을 전했다. 

장 회장은 "드라마에서 예배 후 제공되는 도넛을 보며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며 "하지만 밥과 김치, 콩나물이나 뭇국을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인교회는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한인들의 노력이 스며든 공간이기도 하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서 주인공인 김씨 부인은 한인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의 바람은 딸이 신실한 한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다. 

딸은 '멋지면서도 기독교인이며 한국인인 남자는 한인교회에 없다'고 항변하지만 김씨 부인은 흔들리지 않는다. 

교회를 향한 애정과 고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동포 간 결혼을 권하는 김씨 부인의 모습에선 이민자 가정의 세대 차이도 엿보인다.

 

◎동포 사회의 구심점

한인교회는 동포 사회에서 불거진 문제의 해결소 역할도 감당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개봉한 영화 '프리 철수 리'에서 그려진 '이철수 구명운동'이 대표적이다.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한인 이민자 이철수의 구명운동은 한인교회로 시작해 재미 아시아계 전반으로 확장됐다. 

국내에서도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미국교회여성연합회, 미국감리교연합회 등과 소통하며 같은 동포 이철수의 재심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10년간의 옥살이 끝에 이씨의 석방이 결정되자 한인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기뻐한다.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을 위로한 한인교회의 역할을 현재 한국교회가 계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문화 사회를 맞은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한인교회처럼 우리 사회 이방인을 위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이철수 구명 운동'에 참여한 이문우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철수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온기를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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