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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목사

 

거미, 김범수, 박기영, 박정현, 비와이, 소향, 이수영, 이수현, 이찬혁, 조성모 그리고 홍이삭(가나다순) 이 모두의 특징은 대한민국 유명 가수라는 것과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목사와 선교사의 자녀도 있고 교회의 직분자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부르는 음악은 때로 CCM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인이 즐기는 가요이다.

요즘 가요경연 프로그램에서 목사나 선교사의 자녀가 실력을 발휘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을 종종 본다.

 여기서 경건한 신자들은 이렇게 고민한다.

 크리스천 가수들은 저렇게 가요를 부르는데 우리 신자들은 가요를 즐기는 것이 괜찮은가? 가요를 얼마든지 즐겨도 되는가? 혹은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좋은가? 이런 고민은 교인들이 야유회나 친목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인들의 친목회에서 다수의 신자가 찬송가나 CCM을 부르는 것을 본다.

 만일 누군가가 찬송가가 아닌 노래를 부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한번은 필자가 청소년 수련회에서 자유시간에 노사연의 '만남'을 불렀다.

 그랬더니 반주팀부터 당황했고 노래 후 우리 교회 학생들이 나를 낯설어했다.

 신자들은 친목회에서도 가요가 아닌 찬송가만 불러야 할까?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찬송가라는 것이 무엇인지 좀 생각해보자.

 찬송가(讚頌歌)란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높이려고 부르는 노래이다.

 그러므로 사적이건 공적이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할 목적으로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 옳을까? 개혁주의 진영에서는 예배 시간에 찬양대의 찬양 혹은 개인의 특송 이후에 박수하는 것도 금하고 있다.

 하나님께 드린 찬양에 사람이 박수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생각하면 친목을 위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신자들이 모인 친목회에서 가요를 부르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논의에 운동경기를 예로 들어보면 생각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교인 체육대회에서 하는 축구, 배구, 피구, 탁구, 달리기, 줄다리기 등은 모두 다 세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것들이다.

 여기에는 경건 혹은 불 경건의 요소가 없다.

 친선 경기를 하면서 반칙하거나 분위기가 격해져서 서로 싸운다거나 하는 일만 없다면 모두 건전한 행위들이다.

 신자들이 하는 일반 운동이 모두 건전하다면 친목회에서 부르는 가요에도 불 경건의 요소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모든 가요가 다 같지는 않으므로 구별이 필요하다.

 곡조의 건전성 논의는 음악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사만 좀 생각해보자.

 한때 유치원생들도 흥얼거리던 신나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내 사랑인걸요.

 헤어지면 남이 되어 모른 척하겠지만 사랑해요. 좋아해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그런데 필자는 그 가사가 들릴 때 "지금 뭐라는 거야?" 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반면에 이런 아름다운 가사도 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 둘은 변하지 않아." 

또 이런 노래도 있다.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 접어 다져온 이 행복,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이런 노래라면 하나님의 사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윤복희의 "여러분"이나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번안(飜案)했다는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가 아니어도 교인이 즐기기에 손색없는 노래일 것이다.

 CCM 가운데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는 거의 대중가요처럼 널리 알려졌다.

 그 외에도 신자들이 친목회에 부르기에 적당한 노래가 상당수 있다.

신자가 가요를 즐겨도 되는가 하는 문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친목회에서 찬송가를 불러도 되고 가요를 불러도 된다.

 다만 찬송가라면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보다 성도의 사랑을 노래하는 노래가 좋겠고 가요라면 지나치게 속된 사랑보다 건전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어떤 가요가 건전한지의 판단은 개인마다 다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자가 가요를 즐겨도 되는가?"로 시작한 우리의 질문은 "신자가 친목회에서 어떤 가요를 부르는 것이 좋을까?"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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