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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코이노니아(Koinonia)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주일 예배드리고 식당에서 밥 먹고 그냥 내빼다 보면 도대체 코이노니아가 어딨노?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목장도 있고 셀도 있고 속회도 있고 구역회도 있지만 교회가 어느 정도 큰 규모에 이르면 같은 교인이라도 마켓에서 얼굴이 마주칠 경우 남남으로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게 사랑의 공동체라고?


각 교회마다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어서 자유게시판을 통해 교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페이스 북도 있고 ‘카톡방’도 있어서 나름대로 성도들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디지털 소통방법은 많은 편리함은 있어도 특정 연령계층이나 그룹에게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목사님과의 소통 채널가운데 겁(?)없이 뛰어 들어 카톡을 주고받거나 메시지를 주고받기란 대다수 평범한 교인들에겐 쉽지 않은 접근이다. 


어느 교회 홈페이지엔 목사님과 1:1 대화 방을 열어 놓은 곳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목사님하면 괜히 떨리고 두려워하는 교인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목사님을 하나님 다음으로 높으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성도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호랑이 담배 필 때 얘기고 이민교회에서 목사를 발가락의 때 정도로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싸가지 없는 교인들이 어디 하나 둘인가?


몇 주 전 어느 교회를 방문하여 주일예배를 드린 후 식사를 마치고 담임목사님과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쉴 새 없이 목사님 방으로 커피가 들어오고 과일이 들어오고 필요한 게 없냐고 연신 교인들이 목사님 방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그 정답고 넉넉한 손님 접대 분위기 때문에 내 기분도 상승모드에 빠져들었다.


주일 오후 바쁜 목사님을 나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일찍 자리를 떴다. 


문을 열고 나서다 보니 목사님 방문 밖에 몇 장의 노트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였다.


“목사님, 힘내세요! 목사님을 사랑합니다” “목사님, 우리는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러나 적은 힘을 모아 목사님의 큰 힘이 되고 싶어요.” “목사님, 우리가 있잖아요!” 이런 내용의 메모 너댓장이 붙어 있었다. 


목사님을 향한 그 공개된 노트를 나도 슬쩍 훑어보자니 담임목사가 아닌 나조차도 울컥 힘이 솟는 게 아닌가?

집에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옳지! 바로 그거야! 


담임목사님 사무실 바깥쪽 문을 사랑의 게시판으로 활용해 보는 아이디어,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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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문을 노크하지 않아도 된다. 


구지 내 얼굴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평소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의 담임목사님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 성도가 있겠는가? 


그럼 그 기도하는 마음 한 부분을 글로 써도 좋고 그림으로 그려도 좋다. 

시를 쓰면 더 좋을 것이다. 


아니 영감이 넘치는 사진 한 장을 붙여 놓으면 더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고. . 

요즘 삼성이나 아이폰의 카메라 기능이 명품 카메라 기능을 뺨치고 있다. 


셀폰 때문에 만인 사진작가 시대가 열려지고 있는데 사진 한 장 프린터로 뽑아 담임목사님 방에 붙여 드리는 일은 이젠 일도 아니다.


목사님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표시하는 작은 노트운동, 그래서 모든 교회 목사님 사무실 바깥 문짝을 목사님을 위한 사랑의 게시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목사님은 그 메모에 적혀 있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교인들의 격려의 말 때문에 엄청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민목회, 흔히 험한 가시밭길이라 말하지 않는가? 


그 가시밭길에서 때론 엘리야처럼 힘들어하는 우리 목사님에게 확실한 에너지 드링크가 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목사님, 다음 주까지 보따리 싸주세요”, 혹은 “오늘 설교는 빵점입니다” “난 이제 이 교회 안나옵니다” 그런 독설은 사랑의 게시판에 적절치 않다. 


오히려 언어테러에 속한다. 


그런 테러분자는 누가 잡아가야 한다. 


그런 교회라면 담임목사의 목회에도 문제는 있다.


1:1로 만나서 목사님과 독대하며 주고받기 힘든 그 감춰진 사랑의 언어를 노트에 적어보시라. 

그 짧은 메시지가 목사님에겐 원자탄 같은 폭발력으로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될 테니까.


요즘엔 ‘포스트잇(Post-it)’이란 너무 편리한 메모 도구가 있다. 포스트잇은 뒷면에 부착한 후 다시 떼어내어 재 부착이 가능한 접착성 끈이 있어서 주로 문서나 컴퓨터의 모니터 같은 곳에 간단한 메모를 써서 부착하는데 사용되고 있지만 노트에 스카치 테입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싫다면 포스트잇도 좋다. 


예배 중에라도, 식사시간에라도 목사님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한 두 마디로 적어서 목사님 방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가는 사랑의 게시판 운동. . . 


이게 바로 ILP(I Love Pastor)운동이요, 행복한 교회 만들기 운동이 아니겠는가?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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