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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난 채널 4, NBC 방송을 본다. 

날씨 정보를 주는 크리스탈 에거의 청아한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다. 

지난 화요일 아침엔 이 NBC-TV에서 크리스탈의 일기예보 끝에 느닷없이 한국 음식 광고가 등장했다. 출근 준비를 서두르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식재단’이란 곳에서 뉴욕의 한 한국음식점을 배경으로 감자탕을 소개하는 광고였다. 

감자탕이 올려진 식탁주변엔 밑반찬으로 김치와 콩나물 무침이 보이기도 했다. 
모델로 등장한 백인여성이 한국 음식 짱이라는 광고였다. 

NBC 방송에 까지 광고를 시작했으니 아마 공격적으로 한식 광고를 시작할 모양이다.
사실 삼성, 현대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데 그 삼성, 현대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한 맛이 김치가 아니겠는가?

김치 먹으면서 삼성도 크고, 현대도 세계 시장을 뚫었다. 

그렇다면 김치나 한식도 세계로 도약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몇 년 전 아일랜드 더블린을 여행할 때 거기도 한식집이 있었다. ‘아리랑’이란 식당을 찾아가서 양배추로 얼버무린 김치였지만 김치를 먹고 나니 비로소 그 도시의 세인트 패트릭 성당이나 트리니티 대학교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브라질 아마존에 있는 마나우스란 도시에 갔을 때 혹시 한국식당이 있을까 하고 뒤져봤지만 한국 식당은 거기 없었다. 

그런데 일본 식당은 즐비한 게 아닌가?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는 한식당이 일본 식당에 얹혀서 불쌍하게도 제 모습을 감춘 채 간판도 걸지 못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일본식당인데 들어가보면 한식도 파는 집이었다.

세계 어딜 가도 중국식당, 일본 식당은 있다. 

그런데 한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식을 세계화 하겠다는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한식의 세계화는 이미 내가 살고 있는 LA에서는 한창 진행형이다. 

전통적으로 밑반찬 수십 개 깔아놓고 점잖게 손님을 맞는 식당은 파리 날리지만 고기 무제한 식당, 'All You Can Eat' 식당에 가면 한국 사람들보다 타인종들이 더 북적댄다. 

그래서 LA지역에서 식당업으로 성공하려면 타인종을 붙잡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특별히 히스패닉 청년들이 먹어대는 고기와 김치 . . . 한국음식이 저 정도로 맛이 있었나?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가족들이 생일잔치를 위해 이태리 식당이나 스테이크 하우스가 아니라 한인식당을 찾는 모습을 보면 나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한식하면 김치, 김치하면 한식이다. 

김치 없는 한식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 김치 냄새가 고약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냄새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저급한 음식처럼 김치는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타인종에게 김치 냄새를 피우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부끄러워하는 때가 있었다. 
인도사람들이 카레 냄새 팍팍 피우면서 장사해도 부끄러워 하지는 않는다. 

중국 사람들이 짜장면 냄새 피운다고 어디 쭈삣대면서 수집어 하는 걸 보았는가? 

김치 냄새가 독해서 타인을 배려해주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그게 부끄러운 음식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치에 대한 막연한 열등감 같은 게 우리에겐 배어 있었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 살면서 우리 모두는 ‘음식 냄새 국제화’를 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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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고약한 냄새의 음식을 이해해주고 우리의 김치는 물론이고 된장, 고추장 냄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적 훈련. 타인종과 결혼하여 사는 사람 중에도 김치를 자랑스럽게 타인종 가족들에게 토착화(?)시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안에선 김치냄새가 얼씬도 못하게 길들여 놓은 사람들도 있다. 

그야 개인 음식 취향이긴 해도 국제결혼하여 살면서 괜히 한국 음식이나 김치를 홀대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상하는 때도 있다.

개체교회 담임목회를 할 때 예배당을 빌려 쓰는 미국 목사와 주간회의 때 툭하면 의제로 상정되는 게 김치냄새였다. 

미국교회 여선교회 회원들이 부엌에 김치냄새가 밴다고 불평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내 아내는 예배 후 식사가 끝나면 냉장고에 넣어 둘 김치 병을 붙들고 씨름을 해야 했다. 
비닐 봉지로 묶고 또 묶는다. 

“냄새야~ 제발 봉지 속에 숨어다오!, 또 미국 할머니 후각을 자극하여 불평이 터져나오지 않게 . . . ”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김치냄새 봉쇄 작전을 펼치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우리 여선교회 회원들은 식사가 끝나면 김치 냄새 빼내려고 추운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냄새빼기 작전을 펼치곤 했다. 

그게 매주 친교실에서 벌어지던 셋방살이 교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김치를 수집어(?) 할께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자는 것이었다. 

미국 교인들을 불러 김치를 먹이자는 것이었다. 추석이나 창립기념, 부활절, 추수감사절, 세계 성찬주일 등 미국인 회중들과 함께 연합예배를 드릴 때 친교실에 차려놓는 음식에 김치를 수북하게 쌓아놓기로 했다. 

그 김치냄새에 길들여지다 보니 꼬장꼬장한 백인할머니들의 입에서 김치냄새 불평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교회 담임목사는 김치가 맛있다며 추가 주문(?)이 있을 때마다 따로 병에다 넣어다 주곤 했다. 
아내의 김치 공세작전이 성공한 케이스였다.

밥 먹고 입에 풀풀 김치 냄새 풍기는 것은 에티켓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김치를 좋아하는 아들에게도 꼭 한식을 먹고는 양치질을 하고 일을 시작하라고 타이른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DNA가 서려있는 ‘프라우드 김치!’ 왜 김치를 부끄러워하랴!
 
드디어 한식의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다하니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에겐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김치냄새가 지구촌에 멀리멀리 퍼져가거라. . . 

일본식당, 중국식당 제치고 남극과 북극까지 날아가거라! 아니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다는 엄살이 백악관에도 울려 퍼지거라!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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