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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난주 결국 체포 수감되었다. 


웬 이름이 그렇게 길어야 하는지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세계인들에게는 그냥 ‘룰라(LuLa) 대통령’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감방에 갇히게 되었는데도 그의 지지율을 하늘을 찌른다. 


노동자들이 그의 수감을 반대하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룰라는 브라질 ‘노동자들의 아버지’요, 전직 대통령으로서 또다시 10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그의 지지율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브릭스(BRICs),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사우스 아프리카 가운데 선두주자였던 브라질은 중국으로 향하던 콩이나 석유와 같은 원자재 수입길이 줄어들면서 2010년 이후 급격하게 나라 살림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경제공항에 준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브라질 국민들은 잘 살던 때를 그리워하며 ‘룰라 향수병’에 빠져 “룰라, 룰라”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룰라는 누구인가?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8위 경제 대국으로 만든 브라질의 황금기를 이끈 노동자 출신의 좌파 정치가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울 만큼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금속 노동자로 공장에서 일하던 청년 룰라는 간염에 걸린 만삭 아내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아내와 뱃속 아이를 잃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그가 노동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일약 브라질 노동자들의 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미를 공산주의 대륙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혁명과 저항의 아이콘이자 ‘총을 든 예수’라고 불리던 체 케바라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그는 브라질의 노동자를 대신하여 정계에 뛰어들었다. 

세 번 대통령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2002년 드디어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좌파 출신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당선되었다. 

이는 1889년 브라질이 공화국으로 바뀐 이후 113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된 빈민가 출신의 노동자 대통령이었다.


그가 임기 중에 세운 업적은 대단했다. 


대부분 가난하고 없는 사람에게 ‘퍼주기’가 기본이었다. 


“브라질 국민이라면 세 끼 밥은 먹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빈곤층을 줄였다. 


2000만 명이 극빈곤층을 탈출했고 국민 1인당 소득도 20%나 증가했다. 이때 룰라의 인기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런데 그가 감방에 갇힌 것이다. 


세계 언론은 “83%의 지지받던 룰라의 추락” “국민영웅에서 부패정치인으로” “무너진 룰라 신화”라고 보도했다.

혐의는 부정부패다. 


룰라의 노동자당과 그의 부인, 아들 모두가 부정부패종합세트였다는 것이다.


결국 돈 때문에 룰라 신화는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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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던 베네주웰라의 독재자 우고 차베스도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차베스도 무분별한 복지정책으로 퍼주기에 열중하다 보니 국민들로부터 인기는 높았지만 서서히 나라가 거덜 나는 것은 눈치 채지 못했다.


사회주의국가는 고사하고 나라를 말아먹고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2000년대 들어 남아메리카를 휩쓴 좌파 사회주의 물결, 소위 ‘핑크 타이드’는 그 중심을 이루던 차베스의 죽음과 룰라의 구속으로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뻔해 보인다. 중남미 핑크타이드의 비극은 “비 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방에 갇힌 좌파 대통령 룰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인기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을 우리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한다!, 잘한다!” 소리치는 박수갈채에 현혹되어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다가 망하는 게 인기영합주의의 말로가 아닌가? 


부정부패와 손잡고 있으면서도 박수갈채가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목사님은 우리 시대의 선지자입니다”라는 알랑방구에 취해 겁 없이 교회 돈을 횡령하고, “목사님 설교가 최고입니다”라는 말에 정신을 잃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인터넷에서 남의 설교를 베낀다. 

교인들의 인기에 도취되는 순간 부정한 섹스 스캔들에 빠져들고 하나님께 드려진 모든 헌금이 자기 돈이라고 착각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인기폭발이 사람 잡고 높은 지지율이 감방으로 안내한다. 

룰라 대통령이 주는 교훈이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인기짱’ 박수가 멈췄을 때를 준비해야 지혜로운 지도자일 것이다.


높은 지지율에 정신 팔다 망하는 꼴은 정치인들로 족하다. 


우리 믿음공동체의 지도자들은 사람들의 인기는 우습게 여기고 사람의 눈으로는 측정불가한 하나님의 인기에만 집착하면 된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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