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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그러다 보니 방송 시간은 긴장 상태에 놓이기도 해서 나를 어려워하는 DJ들이 있었다.


그 시절은 더욱이 젊은 혈기였기에 방송 연출에 목숨을 걸고 싶을 때여서 어떨때는 욕이 튀어나올 때도 있을 만큼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하였다.


그래도 방송을 마치면 형 동생하며 분위기를 망가뜨린 점을 사과하면서 관계를 풀어 가곤 했다.

그렇게 방송을 마치고 나면 술 마시는 일이 잦았다.


담배는 일찍이 피웠는데, 방송 일을 하면서 더 많이 피게 된 케이스였다.


방송 일을 하다보면 철저하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잦아서 담배를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술과 담배로 피로가 쌓이고,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밤낮이 바뀌는 날이 많았지만 다른 불만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해내고 있고, 충분히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당연히 주일 성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매일 밤마다 방송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었고, 일찍 일어나서 낮 시간에 활동한다는 건 좀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주일이라도 예배시간에 맞춰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면, 피곤을 핑계 삼아 늦잠을 자곤 했다.


어쩌다가 일찍 일어나면 교회에 가고, 아니면 못가는 통에 '선데이 크리스천'이라고도 할 수 없는 부끄러운 나날이었다.


마음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일종의 죄의식이 있었지만, 피곤에 쩔어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하나님 없이 살았다는 건 아니었다.


한 곡 한 곡 방송에 나갈 곡을 선곡할 때마다 기도로 준비했고, 방송 시작 전에는 반드시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 보면 세상과 하나님을 적당히 섬겼던 모양이었다.


한쪽 발은 세상에, 한쪽 발은 하나님께 걸친 채 적당히 둘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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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에서 하나님 일을 한다고 했지만 내 의를 드러내기 위함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유명한 PD가 되고 싶었고, PD로 성공하기를 원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미션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채 방송을 잘하는 것에만 열심이었고, 성과를 내거나 내가 인정받는 것을 기뻐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시간조차 나를 인내하고 기다리셨다.


내가 거룩하고 성결한 모습으로 그분의 뜻 안에 거하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 곧 음란을 버리고 각각 거룩함과 존귀함으로 자기 몸을 절제할 줄 알고"(살전 4:3~4).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거룩함이다.


거룩은 주님 안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게 하고 순종과 섬김과 기도, 그리고 거룩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찬양을 드리게 한다.


하나님은 내가 홀로 거룩한 자로 설 수 없다는 것을 아시고, 2001년에 내게 박기서 목사님을 다시 보내주셨다.


그리고 그분을 통해 나를 거룩하고 성결한 자로 빚어 가기 시작하셨다.


이는 광야를 통과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었으리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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