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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열왕기하 6장을 보면 아람 군대가 물밀 듯이 밀려오자, 엘리사의 사환이 큰 두려움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때 엘리사가 사환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사환의 눈이 뜨이고 불말과 불병거가 가득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나는 광야에 들어섬을 느꼈을 때 나의 곤고함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광야를 지나는 동안 사환의 눈이 뜨이듯 나의 눈도 뜨이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처한 환경은 벼랑 끝이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이으로 한없이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곳은 캄캄한 어둠 속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품안이었다.

내 시선이 세상적인 성공만을 향해 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었고 알수도 없었던 평안과 안식을 알게 하셨다.


광야에 들어섰을 때에 비로소 머물게 하신 하나님 아버지 품안이 얼마나 평안한지 깨우치게 하셨다.


파주시와 함께 시작한 포크페스티벌은 내게 주신 선물이었으나, 순조롭지 않은 일들이 이어지곤 해서 장애물 경기를 하듯 잘 넘어가야 했다.


공연의 규모를 키우면서  부족한 예산 등을 고려하여 공연티켓을 유료화 했는데, 차별화 된 뮤지션이 필요했다.


제2회 파주포크페스티벌의 주요 뮤지션으로 시각 장애인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를 초대했다.

나는 호세 펠리치아노가 잘 공연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해서, 공연 준비 과정 내내 한껏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알게 된 페스티벌 당일의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는 것이다.

나는 조바심이 나서 마음을 다잡고 주님께 매달렸다.


앞뒤가 막힌 듯한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

야외 공연이다 보니 비가 온다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페스티벌 당일이었다.


공연 현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무대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일기예보대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어쩌죠? 공연할 수 있을까요?"

"그럼, 비는 곧 그칠 테니 염려하지마."

"일기예보도 그렇고..."

"두고 보라니까. 공연이 시작될 즈음이면 환하게 개일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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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큰소리를 치면서 장담했지만 한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무대를 만들고 행사장을 살피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온몸은 온통 비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오후에는 비가 그쳐야 할 텐데.'


하늘을 올려보면서 계속해서 몰려오는 먹구름 탓에 걱정이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8년 전에,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올려다보았던 하늘이 생각났다.


그날은 CBS 공연기획팀장으로 있으면서 기획한 첫 포크페스티벌인'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내가 꿈꾸었던 공연이었던 만큼 라인업도 화려하게 구성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비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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