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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나는 포크페스티벌의 기획 콘셉트를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두었다.

주님께서 온 가족들이 함께 행복한 얼굴로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이미 꿈으로 예시하셨던 것이다.


또한 포크 가수들인 윤도현, 동물원, 유리상자, 윤형주, 김세환, 해바라기 등의 곡들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관련 뮤지션들에게 공연 취지를 알렸고, 그들은 한결같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공원에 둘러앉은 가족 단위의 관객들과 함게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며 페스티벌의 첫 시작을 힘있게 알렸다.


페스티벌의 포문을 열었지만, 매년 억대가 들어가는 대규모 공연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나 많은 관객들을 유치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첫 회는 무료 공연이어서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홍보할 만큼 관객들을 모을 수 있었지만, 그 다음 해부터는 예산에 따라 유료 공연으로 바뀌면서 입장권을 예매하도록 두 팔을 겉어붙여야 했다.


이미 수십 차례 공연을 기획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했지만, 지금의 내 상황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죠이커뮤니케이션 대표'  라는 타이틀이 있다고 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회사였기에 별달리 영향력이 없었고, 그밖에 더 내놓을 만한 명함도 없었다.


게다가 작은 기획사 대표라고 해도 직원이 부서별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할 일이 산재해 있던 터라 입장권을 파는 데 전념할 수도 없었다.


예산 책정부터 출연지 섭회, 무대 셋팅까지 내 손길이 일일이 닿아야 일이 이루어졌다.


다른 어떤 공연보다 좋은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 중 하나였고, '파주시'의 이름으로 주최하는 행사였기에, 파주시민들은 물론 관람객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공연 내용의 손색이 없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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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황에서 나 홀로 고군분투하며 가는 길이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이 페스티벌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는 믿음이었다.


혼자 낯설고 외딴길을 걷던 내게 어느 날 문득 친구를 통해 선물처럼 주신 기회였다.

이미 꿈으로도 페스티벌의 장면을 보여주시지 않았던가!


파주포크페스티벌은 그후 매년 행사를 치를 때마다 재정이나 공연 내용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걷혔고, 이번 공연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 또 빚을 지게 되어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나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이미 깨우친 터였다.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 안에서만 가능한 일들이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


파주포크페스티벌이 자리잡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 기간동안 배고픔에도 처하고 궁핍에도 처했지만, 그러면서 그안에 거할 줄 아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배고픔과 궁핍이 두렵지 않았고,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 내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게 하심에 감사하게 되었다.


지난해에 6회째를 맞이하는 파주포크페스티벌은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신뢰할 만한 음악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였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유와 평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들이 꾸준히 찾게 된 것이다.


내게 주신 선물인 파주포크페스티벌은 처음에는 큰 박스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박스를 풀어 보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선물이 담겨 있었다.


가장 큰 선물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마음가짐이었다.

매일 내 삶의 주인이 되어주시고 그 삶을 인도하시는 주님의 은혜에 오늘도 감사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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