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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광산구 열린벧엘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예배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네 번째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이가 손희선 목사. <열린벧엘교회 제공>



인천의 한 교회 목사와 사모는 부모가 떠난 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산다.


밤에도 난방을 할 여력이 없어 교회 안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잔다.


전주의 한 목사는 상가 2층 예배당을 빌려 10명 남짓한 교인과 예배를 드린다.


생계를 위해 급식업체에서 일한다.


서울의 한 교회는 목사와 그 동생의 가정만 출석한다.


목사는 병원 청소로 생활비를 번다. 개척할 때 진 빚은 아직 갚지 못했다.


광주 광산구 열린벧엘교회 손희선 목사가 지난 14일 “미자립교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받은 목회자들의 사연이다.


5곳의 교회를 돕고자 글을 올렸는데 반나절 만에 16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왔다.
예산상 모두를 돕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손 목사와 장로들은 12곳 교회에 난방비를, 4곳 교회에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손 목사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잘했다’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14년 전 교회를 개척했다.


가족 외에는 개척 멤버가 없는 미자립교회였다.


교회가 있던 낡은 상가 2층은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샜다.
1층은 포장마차, 3층은 호프집이었다.


교회 계단은 밤사이 소변과 토사물로 어질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술에 취해 계단에 쓰러져 잠을 자는 이도 있었다.


손 목사는 그들을 부축해 교회에서 재웠다.


찬물밖에 나오지 않던 겨울에는 꽁꽁 언 손으로 청소와 설거지를 했다.
2008년 교회는 공사가 끝나지 않은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원래 있던 곳을 다른 교회에 내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뿌연 시멘트 가루가 날렸다.


스티로폼 위에 모포와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예배를 드렸다.


추위 속에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기도하던 그때를 기억하기에 미자립교회의 난방비를 지원하고 싶었다.


교회는 현재 700명이 출석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아끼지 않고 나눈 덕분이다.


교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선교사에게 차를 전달했고 특별선교주간을 둬 선교헌금 전액을 선교지로 보냈다.


교인들은 시골교회 건물 수리에 나섰고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에게 교복을 보내기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지난해 모든 빚을 갚은 뒤 교회는 절기 헌금 전액을 이웃과 선교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결의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눅 6:38)
손 목사가 마음에 담은 성경 구절이다.


손 목사는 “작은 교회에 돈보다도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며 “우리는 가장 작은 것을 지원해 드린 것”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국밥 한 그릇이라도 나누는 심정으로 주위를 살피면 올겨울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할 수 있는 만큼 나눌 때 하나님 나라의 축복 원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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