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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은 여권이 전부였다."


시리아인 아자르 아흐마드(가명·32)씨는 2년 전 고향 알레포를 떠났다. 


당시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도망가자, 가능한 먼 곳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비교적 편안한 삶을 영위했다. 


하지만 2012년 말 이슬람 무장단체가 그를 위협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와 일하던 동업자는 납치를 당해 몸값까지 지불해야 했다. 


쿠르드족 출신이었던 그는 결국 시리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집에 가고 싶다 


피난처로 한국을 택한 것은 중동에서는 먼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땅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한국은 익숙한 나라이기도 했다. 


현대 대우 기아와 같은 한국 자동차들로 중고차 사업을 했었고, 그때 만난 한국인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 도착한 아자르는 한국 대사관에서 입국 비자를 취득한 후 2013년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G-1 비자, 즉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받았다. 


한번 갱신 시 국내에 6개월씩 거주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의료혜택도 보장 받는다. 


‘인도적 체류자’란 자국의 내란·전쟁 등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타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으로, 난민 인정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정될 경우 부여받는 체류 자격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시리아인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게 되면 통상적 난민 심사 절차를 걸치지 않고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아자르의 한국 체류는 한시적이다. 


난민 지위를 받을 수 있는 제삼국행도 고려 중이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은 1994년 이후 지난 4월까지 총 1만760건의 난민 지위 신청 중 3명의 시리아인을 포함해 490건만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인도적 체류는 797건으로 이 중 시리아인 출신이 556건으로 가장 많고, 미얀마(30건), 파키스탄(27건), 에티오피아·콩고민주공화국(각 17건) 등 순이다.  


아자르는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월세 10만원도 안되는 집에서 살며 자동차 정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당 5만∼10만원 정도를 받지만 이것도 부정기적이다. 그는 “춘천은 고향 알레포와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인들도 친절하다”면서도 “빨리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자르의 어머니와 형은 시리아에 남아 있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다. 

나머지 가족들은 터키와 벨기에, 이탈리아 등으로 이주했다. 



시리아 500만명 

'최다' 


오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2000년 12월 4일 유엔총회가 아프리카통일기구와 논의해 이날을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로 지정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난민이란 인종과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받을 공포에 처해 있어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의 무국적 외국인을 가리킨다.  


지난 3월 말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2014년 난민신청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내전과 종교적 박해, 가난 등을 피해 탈출한 전 세계 난민은 5000만명을 넘었다. 


최대 발생 국가는 시리아로 500만명이며 그 다음이 아프가니스탄으로 300만명이 넘는다. 


난민 신청 최다 접수 국가는 독일이 가장 많아 17만3000건을 접수했고 그 다음은 미국으로 12만1200건, 3위는 터키로 8만7800건, 4위는 스웨덴으로 7만5100건, 5위는 이탈리아로 6만3700건 등이다. 


한국은 정치적 사유로 인한 난민 신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종교, 내전, 특정구성원, 인종 순이다.  

성경에서 난민은 나그네와 이방인, 외국인을 일컫는다. 


난민 역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며 공평하고 정의롭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동구 구천면로 명성교회에서 열린 국제이주자선교포럼에서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난민 사역은 단순히 인권이나 구제, 긍휼 사역이 아니라 고난 중에 사람들을 부르시고 세우시는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모든 난민의 피난처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교성 장로회신학대(교회사) 교수도 “난민은 이동과 관련된 존재인데 이동 중인 인간은 가장 위약한 존재”라며 “난민은 선교적 수용성이 높다”고 했다.


국내 기독교 난민 사역 단체는 ‘피난처’가 대표적이며 그 외에 나섬공동체(유해근 목사)와 넘치는교회(폴김 목사) 등 외국인 선교단체들이 난민 사역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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