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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지에 빠진 자녀들을 구출하기 위해 부모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무엇이든 할 용기가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앞. 
두 어머니가 자신의 몸 만한 피켓을 목 위에 걸었다. 

피켓에는 '사이비 신천지는 종교가 아닌 이만희 사기집단' 등의 내용이 앞뒤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들을 만난 지난 20일은 겨울 외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따뜻했지만, 어머니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한겨울 칼바람이 가득했다. 

봄은 왔는데...
우리 마음에는 아직 칼바람이

최 아무개 씨는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리고 싶다. 
아니, 차라리 딸이 신천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괜찮았을까. 
생각해보면 최 씨의 집안은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딸 둘에 아들 하나. 

얼굴만 봐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이었다. 
최 아무개 씨의 경우 남편이 사고로 일찍 죽긴 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최 씨가 자신의 딸이 신천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안 건 지난해 5월. 
2012년경에도 딸이 신천지에 빠졌다는 낌새가 있었다. 

딸은 전화번호도 바꾸고 신천지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엄마는 딸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 

딸은 그 이후로도 엄마를 속이며 신천지에 계속 나갔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제일 착한 줄 안다. 

최 씨도 마찬가지. 

한 번도 엄마 속을 썩인 적이 없었는데,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엄마는 딸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딸을 혼내기보다는 딸의 마음을 이해하며 달래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외식도 자주 하고, 등산도 가고, 여행도 다녔다.  하지만 딸은 이미 가족이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신천지 사람들과 연락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엄마는 딸에게 무릎을 꿇었다. 
제발 신천지에서 나오기만 하라고, 좋은 교회 다 놔두고 왜 하필이면 이단으로 규정 받은 교회를 다니느냐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딸은 듣지 않았다. 

엄마와 딸의 갈등은 계속 됐고, 결국 지난 3월 딸은 집을 나갔다. 
엄마는 현재 딸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집 나간 우리 딸..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요"

김 아무개 씨는 30대 중반의 아들이 있다. 
번듯한 대학교를 졸업해 좋은 대학원을 다니던 중 신천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일까. 

김 씨의 아들은 아직 집을 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아들이 혹여 집을 나가지 않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신천지에 빠지긴 했지만 아들은 여전히 착하다. 

신천지 얘기만 하지 않는다면. 신천지와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아들의 눈빛이 변한다. 
엄마의 증언이다. 

10개월 동안 뱃속에 넣고 다녔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하며 자녀를 출산했다. 
그리고 애지중지 키웠다. 

때문에 아들의 조그마한 변화도 엄마들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이 변했다. 

말대꾸를 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내용도 세졌다. 
화도 자주 냈다. 

거짓말도 늘었다. 

저 아들이 진짜 내가 낳은 아들인가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 


"아들이 변했어요"

두 어머니가 처음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던 건 아니다. 

이렇게 신천지 아웃에 앞장서는 투사가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일상이 변하리라고는 더더욱.

이미 엄마들에게 신천지 따위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자녀를 그곳에서 꺼내올 수만 있다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무엇이든 할 자세와 마음가짐이 되어 있다. 

이들의 소원은 하나밖에 없다.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딸과 함께 동네 뒷산에 올라가기, 아들과 팔짱 기고 마을 시장 가기.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두 어머니들에게는 감지덕지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딸이, 아들이 비록 신천지에 빠져 있지만 그래서 정말 미울 때도 있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자녀는 부모를 포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부모는 자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제발 돌아와, 우리 딸 아들"

오늘도 이들은 신천지에 빠진 자녀들을 빼오기 위해 수원으로 안양으로 과천으로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이들의 아픔을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한국교회가 신천지 아웃에 더 적극 나서야 할 이유다.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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