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1.jpg
김택규 목사


세계적인 뉴욕의 JFK 공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KAL 기의 ‘램프리턴’사건은 국내외적으로 언론매체마다 흥밋거리 기사로 확산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단순히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유도로(taxi-way)에 운항중인 항공기를 ‘램프리턴’시키고, 책임자를 하기(下機)시킨 일은 세계 항공 역사상 초유의 일일 것이다. 
월 스트릿 저널, 뉴욕포스트 지 등 여러 외국 매체들도, “항공사 귀공주(airline scion)가 넛트 때문에 격노했다”며, 그가 벌인 그 비이성적 행동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 왜 이런 비 상식적인,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몇가지 근원적, 상황적 요인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지도층, 혹은 고위직 위치에 있는 자들의 준법정신의 결여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불법데모를 하던 국회의원들을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기간 교통위반 티켓 벌금을 체납하자, 경찰이 그의 승용차에 장금장치를 설치한 적도 있었다. 
장관이라도 교통위반을 하면, 경찰이 티켓을 발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도층 혹은 고위직 인사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초법적으로 행동을 해도 용인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문제의 그 40세의 '오너'의 딸 부사장도 항공기 안전규정 및 항공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법규같은 것은 안 지켜도 된다는 오만심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지도층, 고위직에 있는 인사들일수록 더 준법정신을 가지고 솔선수범을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둘째로 생각할 것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막스 베버가 말한, 전 근대사회에 있었던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패쇄적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문화’가 판을 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의 주인공인 그 부사장은 미국에서 아이비리그같은 명문대에서 여러 해 공부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국에서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발전된 자본주의 문화를 몸에 익히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회사, 비행기, 승무원까지도 다 자기의 소유로 생각하는 행동을 뉴욕 국제공항에서 서슴없이 연출한 것이다.
혹 우리 종교지도자들 중에도, 그가 시무하는 종교 기관을, 그 종교 기관의 재산이나 신도들의 헌금을 자기 개인의 소유처럼 착각하고 행동하는 자들은 없는 것일까?

(2)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이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특히 조직체, 단체 들, 기관들, 특히 회사, 학교 같은 데에는 아직도 ‘비민주주의적’인 구조적 요소 및 고위직 임원들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이번 사건 발생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의 친구 아들 하나가 한국의 대기업 계열의 미국 자회사에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자란 사람으로, 한 미국회사에서 부사장직에 있다가, 그 회사에 스카웃 되어 갔다. 
그런데 3년차에 견디지 못하고 그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회사의 구조 및 운영방식이 비민주적,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문화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뉴욕 JFK에서 KAL 여객기를 돌려세운 그 오너의 장녀 부사장이 어떻게 감히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할수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평소에 보고, 듣고, 익힌대로 한 것일 것이다. 
'내가 감히 누군데!'라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비행기쯤 얼마든지 리턴시킬 수 있고, 사무장같은 것 내말 듣지 않으면 언제라도 내칠 수 있다는 독선적, 독재적, 제왕적 행동을 서슴없이 발휘한 것이다.

땅콩2.jpg

(3) 그러면, 이 '땅콩 부사장'만이 특히 잘못된 짓을 했고, 혹은 그녀만이 성격이 나빠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만일 당신이 그런 높은 자리, 특별한 권력의 위치, 특히 '갑'의 자리에 있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그런 행동은 절대 안할 것 같은가?

한국인들 중에, 좀 높은 사람들 중에, 혹은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 중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이번 '땅콩 부사장' 한 사람 뿐이 아니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저 유명한 '라면 상무'(포스코에너지의 임원)의 일화는 어떤가?
 '개밥교수'(서울대 지도교수가, 출장가면서 자기가 지도하는 대학원생 학생에게 자기 집 개의 밥을 계속 주도록 한 것), '신문지 회장'(의류업체 강모회장이 자기의 잘못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했는데, 항공사 직원에게 욕을 하고 신문지로 때린 사건), '장지갑 회장'(한 유명한 베이커리 회장이 호텔 주차장에서 호텔직원이 차를 빼달라고 하자, 장지갑으로 그 직원의 뺨을 때린 사건), '내가 누군데! 의원' (대리운전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이 경찰에게 명령하며 큰소리 친 사건), 등등... 높은 직위 혹은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의 횡포, 독선 등을 들라면 한이 없을 것이다. 
만일 당신도 그런 위치에 오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도, 권력을 가진 자들의 권위주의적 자세, 가부장적 문화, 상하 계급 사회적인 풍토, '갑'이 '을'에게 횡포를 부리는 풍토가 드라마 연속극에나 있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여전히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의식구조 속에 잠재해 있다가, 누구든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폭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교회에는 그런 풍토가 전혀 없을까?

지도자들 중에 마치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권위주의적으로,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일들이 없지 않아 있다. '비행기'가 교회에는 없으니 '비행기 램프리턴'은 없겠지만, '주님의 뜻'이라고, 혹은 '계시를 받았다고' 교회의 방향이나 행정을 자기 멋대로 움직이거나 '리턴'시키는, 엄청난 독선적인 행동을 하는 지도자들은 없는 것일까?
교단 문제, 개교회 문제를 사회법정에 끌고 가 '교회전통', '교회법'이나 관례를 잘 모르는 젊은 판사들의 판단에 의해 교단이 혹은 개교회가 '램프리턴'되는 일은 없는가? 
'땅콩 부사장'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우리 자신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에서 지금 외쳐지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사회’ 운동에 더 박차가 더해지게 되기를 바란다.

<아멘넷>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