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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정현준(27·가명)씨는 3개월 가까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에서 ‘성경공부’를 하다 국민일보가 제작한 ‘신천지 접근 및 복음방 체크리스트’를 보고 탈출했다. 

정씨 사례를 통해 이단·사이비 종교집단의 교활하면서도 치밀한 포교 수법을 들여다봤다.

부산 출신인 정씨는 모태신앙으로 성경에 대한 갈급함이 컸다. 

사건은 지난 8월 고향의 교회 후배인 박현지(23·여·가명)씨와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됐다. 

“현지야, 나도 너처럼 모태신앙이지만 교회에 나갈수록 뭔가 답답하기만 해. 넌 어때?” 

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신천지 포교꾼 조은밀(26·가명)씨가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옆자리에서 커피마시다 형제의 고민을 우연히 들었어요. 안타깝네요. 저는 현재 셀(Cell)장으로 교회를 섬기는데 선교를 준비하고 있어요. 하나님께서 형제를 도와주라고 하시네요.” 

정씨는 박씨와 함께 지난 9월부터 서울 사당동과 신도림동 등지의 카페에서 2대 1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조씨는 주 2∼3회 2시간씩 성경을 가르쳤는데 인물과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성경을 8개 시대로 구분하고 ‘우리는 계시록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복습했다.

법학을 전공한 정씨는 ‘성경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경 내용과 체계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참 신기하다. 이 사람 말대로 하면 성경 읽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 

조씨의 페이스북을 보니 친구들도 많았고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조씨는 “말씀공부 하는 것을 절대로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지난 10월 말이었다. 

“현준 형제, 이제 제가 해외 선교를 나가게 됐어요. 형제를 놓고 가려니 마음이 영 편치 않네요. 
그래서 여기저기 좀 알아봤는데 성경을 잘 가르치는 센터가 있더군요. 
거기 들어가려면 우선 면접부터 봐야 한대요.”

 조씨는 서울 신림동 남서울중 부근 센터를 추천했다. 

센터 이름은 ‘노블 시엘(Novel CL)’. ‘CL’은 크리스천 러닝(Christian Learning)의 약자였다. 등록 전 이름, 학교, 연락처, 출석교회, 담임목사 등 인적사항을 적고 교리에 대한 기본 지식을 묻는 1장짜리 설문지에 답했다. 

상담자는 “교회 밖에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면 방해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 듣고 중도 포기할 거면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했다. 

등록비로 6만원을 납부했다. 

정씨는 지난달 10일부터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임천지(가명)씨로부터 수업을 들었다. 

강의는 주 4회(월·화·목·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에 진행됐다. 임씨는 오전과 오후에 같은 내용을 강의했다. 

늘 커튼을 쳐 놓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초등학교 교실처럼 칠판과 책걸상이 있었다. 

수업 전 찬양 3곡을 불렀다. 강의는 1시간이었으며, 5분 휴식 후 20분간 분반공부를 했다. 

그날 공부한 것을 그날 복습했다. 

수업 때 질문은 금지했으며, 휴식시간에 따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성경구절을 1절씩 암송하라고 숙제를 내줬다.

다른 반까지 포함하면 수강생은 20대 30여명, 50∼60대 부녀자 30명 등 90명가량에 달했다. 
옆자리엔 후배 박씨가 앉았다. 

수업 내용은 예언과 실상의 중요성, 비유된 말씀을 읽는 방법, 정통과 이단의 차이, 성경에 나타난 씨·밭·나무·새의 의미 등이었다. 

‘천국 비밀이 성경에 감추어져 있는데 비유로 봉함돼 있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강의를 하던 임씨가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등 정통교회는 단으로 묶어 불살라야 한다”는 황당한 말을 내뱉었다. 

‘뭐야, 내가 다니는 교회를 불살라야 한다고?’ 

뭔가 수상했다. 

사도신경을 고백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국민일보의 ‘신천지 접근 및 복음방 체크리스트’였다. 
16개 항목 중 11개가 자신이 배운 내용과 똑같았다.

이튿날 황급히 후배 박씨를 찾아갔다. 

“현지야, 우리가 아무래도 신천지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오빠,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에 붙어 있던 신천지 예방 포스터 속의 그림을 칠판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정씨는 센터로 달려가 “신천지가 맞냐”고 따졌다. 

강의를 하던 임씨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수업이 끝난 뒤 다시 이야기 하자”고 했다. 
임씨는 강의실에서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문을 닫고 “말씀을 놓치지 말고 계속 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정씨가 집요하게 추궁하자 임씨는 “신천지가 맞다. 외부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정씨는 '성경공부' 중단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자 몇 시간 뒤 선교를 떠난다는 조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휴대폰으로 황당한 문자가 날아왔다.

 "현준 형제와 현지 자매가 다니는 학교, 교회 앞에서 '신천지 말씀을 배웠던 자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시위할 겁니다. '여기가 왜 이단인지 설명하라'고, '계시록을 아는지'도요. 모든 교인들이 볼 수 있도록 외치겠습니다." 

정씨는 '또다시 연락하면 센터 앞에서 1인 시위하고 예방 팸플릿을 배포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연락이 끊겼다. 

조씨는 현재 페이스북에 올려놓았던 사진을 모두 지운 상태다.

후배 박씨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조용히 끝내자'고 했다. 

그러나 정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박씨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카페로 인도한 것은 박씨였다. 

성경공부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박씨는 그제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단상담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우연을 가장해 접근할 때 꼭 매개자(잎사귀)를 동원하며, 잎사귀도 성경공부를 같이 한다'고 했다. 

정씨는 조만간 이단상담소를 찾을 예정인데 만약 박씨가 상담을 거부한다면 신천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 

정씨는 "출석 교회에서 '교회 밖 성경공부를 절대 하지 말라'는 충고를 여러 번 들었지만 정작 내가 신천지의 덫에 걸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후배 현지가 제발 신천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민일보 기자는 반론을 듣기 위해 신천지 포교꾼으로 밝혀진 조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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