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사건 4년 만에 처음 입 연 박은조 목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프간 피랍사건이 일어난 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
사건 이후 방송 매체로는 처음으로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를 만나 당시 못 다한 이야기와 ‘교회를 사임하겠다’고 밝힌 내년 이후의 계획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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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께 사과드립니다.”
2007년 7월 아프간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샘물교회팀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던 사건이 발생한지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박은조 목사가 먼저 꺼낸 말은 국민들에 대한 사과였다.
“국민과 모든 분들께 누를 끼친 부분 사과드립니다.
선의의 목적이었더라도 결과가 나쁘게 됐으니 비난 받고 욕먹는 것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말렸는데 떠났다’...사실과 달라
그러면서도 ‘정부가 말렸는데도 떠났다’거나 ‘위험지역에 보내느라 유서까지 쓰게 했다’는 등의 당시 기사 내용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만약 정부가 가지 말라고 했다면 저는 전혀 보낼 마음이 없습니다.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2007년 7월 당시 230명의 한국인이 아프간 비자를 받았습니다. 우린 그 중의 한 그룹이었던 것이죠.”

 

배형규 목사가 썼던 유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우리 교회의 부부 영성수련회나 단기선교팀 훈련과정 등에 ‘유서 쓰기’가 있습니다.
그 의미는 ‘만약 오늘 인생이 끝난다면 어떻게 살다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돌아가신 배형규 목사도 유서 쓰기를 했던 것인데, 그것이 발견되면서 연결되기를 ‘위험한 곳이니까 유서까지 쓰고 간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던 것이죠.”
하지만, 2007년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는 아무도 교회의 설명을 들으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항의에 가까운 기도 뿐. 그러던 어느 날, 박은조 목사는 기도하다 하나님이 주신 큰 메시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것은 당시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고 아프간 사건을 계기로 터져나왔는데, ‘우리는 정도를 걷고 있었다’며 방관했던 모습이었다.
“심성민군의 사망 사건이 있었던 다음 날 새벽, 역시 항의에 가까운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가 무모하지도 않았고 준비도 잘 해갔는데 이 비난을 우리가 다 감당해야하는 것입니까? 하며 부르짖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사진 같은 장면을 보여주셨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는데 제가 옆에서 팔짱을 끼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의자에서 미끌어지면서 회개 기도를 드렸죠.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인 한국교회를 향한 욕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우리교회는 세금 다 내고 있다’, ‘우리교회는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했으니..참 말도 안되는 소리였죠.”

 

일면식도 없는 독일인 선교사 할아버지 찾아와 ‘위로 메시지’ 전해
힘든 상황이었던 만큼 하나님의 위로도 컸다.
각국에서 위로 편지가 쇄도했고 일면식도 없는 독일과 중국 선교사가 예배 때 찾아와 위로해 준 적도 있었다.
인근 지역의 상인들은 ‘힘 내라’며 생수와 음식을 갖다주기도 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랍 사건이 일어난지 20일쯤 됐을 때 목자 모임을 하고있었는데, 문이 열리더니 어떤 서양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신 겁니다.
아프리카에서 사역했던 독일인 선교사라고 자신을 소개 하더니 아프간 피랍 사건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직접 샘물교회를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오셨다더군요.
저를 알지도 못하는 분이 독일에서 여기까지 날아오신 것이었습니다.
5분 정도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고 우린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힘들 때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였던 것이죠.”

피랍자 전원 기적처럼 회복돼
다행히 피랍자들은 모두 회복 됐다. 의료진들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故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군의 뜻을 기리기 위한 순교자 기념관도 교회 1층 공간에 아담하게 세워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도 아물어간 것이다.
그리고 사건 이후, 아프간 주민을 돕는 일에 더욱 마음을 쓰고있다.
지난 여름에는 아프간 난민들이 모여있는 ‘아덴’지역을 찾아가 무료 급식 봉사를 하는 한국인 선교사를 도와주고 오기도 했다.

내년 분당샘물교회 사임..이후 ‘분립개척’할 예정
박은조 목사는 60세가 되는 내년 샘물교회를 사임한다.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목사 임기제’를 지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논현동 영동교회에서 17년간 부목사로 섬겼던 박은조 목사는 지난 98년 분당샘물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그리고 목사, 장로 임기제를 시행했다. 목사는 6년 시무하고 1년 안식년을, 장로는 5년 일하고 1년 안식년을 갖기로한 것. 그리고 한 번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14년이 되는 내년에 사임하는 것이다.
‘교회에 더 있어달라’는 교인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재론 불가’의 입장을 강하게 어필했다고 한다.
재론하기 시작하면 교인들 간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후임 청빙은 ‘청빙위원회’가 구성해 진행중이며 이 달 안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내년 이후 박은조 목사는 또 한 번 ‘분립 개척’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놓고 기도하는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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