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종교인 차별 철폐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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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바즈 바티 파키스탄 소수민족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오전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피살됐다. 그는 파키스탄 소수민족의 권리 신장과 신성모독법 폐지 등에 힘써왔다.

 

파키스탄 소수민족부 수장으로서 신성모독법 폐지 등 소수민족과 종교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앞장섰던 샤바즈 바티(43) 장관이 2일(현지시간) 오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암살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바티 장관은 수도 이슬라마바드 소재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차 안에서 괴한들이 쏜 10여발의 총탄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사고 이후 테러리스트의 추가 공격에 대비, 병원을 폐쇄했으며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와 내무부 장관 등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기다렸다가 출근하는 바티 장관의 도요타 코롤라 차량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40개 부처 장관 중 유일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파키스탄의 엄격한 신성모독법에 반대해 이슬람 과격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받아 왔다.
특히 바티 장관은 지난해 11월 신성모독법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아시아 비비’ 석방을 위해 신성모독법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힘써 왔다.
이 때문에 올 1월, 신성모독법 폐지에 앞장섰던 펀자브 살만 타시르 주지사 암살 이후 다음 타깃이 될 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3일자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의 고통받는 그리스도인과 56개 소수민족의 인권, 평화를 위해 생명을 걸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바티 장관은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존귀함을 누리면서 조화롭게 사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 그리스도인을 향해 “24시간 중 단 1분이라도 고통받는 파키스탄 크리스천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10년 전 파키스탄소수자동맹(APMA)을 창설해 행동가로 일해 오면서 소수민족과 종교의 권리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과격파들의 공격을 받았고 살해 위협도 수차례 받으며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는 1억7000만 파키스탄 인구 중 2.5%에 불과한 기독교인들의 인권운동에 힘써오다 2년 전 연방정부의 소수민족과 종교를 전담하는 부처 장관으로 임명됐다.
인구의 95%가 이슬람교 신자인 파키스탄에서 소수민족 전담 기구가 내각의 한 부처로 격상된 것도 처음이었고 기독교 인권운동가가 장관에 임명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바티 장관은 지난달 25일 단행된 개각에서 유일하게 연임됐을 정도로 파키스탄 정부 안에서도 깊은 신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부친 사망 이후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인권운동에 헌신해 왔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해 2010년 10월 7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리더십 분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한편 현지 교회 관계자들은 “APMA 의장이었던 그의 죽음으로 인권운동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종교 간 화합 등을 위해서도 활동하던 그의 부재로 APMA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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