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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인들이 11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근처 카스르 엘 도바라 복음주의교회에서 시국 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이집트에서 활동중인 선교사(사역자)들은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편지에선 호칭을 ‘지사장’이라고 쓰기도 한다. 보안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다. 이들은 늘 이집트 정부 당국의 감시를 받는다.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하다가 발각되면 24시간 내로 추방된다. 중동·북아프리카에서 기독교 선교는 그만큼 위험하다.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선교전략가들은 이집트 시민혁명을 계기로 중동·북아프리카 선교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기적=선교사들은 이번 혁명 과정에서 ‘기적’을 봤다고 얘기한다. 대표적인 장면은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연출됐다. 무슬림이 무릎 꿇고 기도하는 동안 기독교인들은 손을 잡고 그들을 에워쌌다.
인파에 의해 기도가 방해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기독교인 중엔 콥틱교도뿐 아니라 복음주의권 크리스천들도 있었다.
“이번 시위 동안 기독교와 이슬람과의 충돌이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영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어요.”(B선교사·C선교사)
“시위 초기 큰 혼란이 있었지만 타흐리르 광장에서 가까운 카스르 엘 도바라 복음교회(개신교 장로교회) 벽에는 낙서 하나 없었어요. 시위대가 굉장히 노력을 했다고 봅니다. 나아가서는 이곳에서 종교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죠.”(A선교사)

◇기대=사역자들은 이집트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 종교 자유가 다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권을 이양 받은 최고군사위원회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강조하는 단어가 ‘마그네야’(시민)입니다.
민간이 정권을 잡게 되면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부분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습니다.”(E선교사)
선교사들은 이집트 시민혁명이 중동·아프리카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역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문화권입니다.
정치 형태도 독재 아니면 왕정으로 다 비슷해요. 올해 중동 전체가 꽤 시끄러울 겁니다.”(B선교사)

◇우려=선교사들의 걱정은 ‘무슬림형제단’ 같은 근본주의자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집단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무슬림형제단이 전면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들의 슬로건이 바로 ‘이슬람이 해결책’이라는 것입니다.”(E선교사)

◇기도=“하나님께서 이 지역을 단번에 부수기 힘드니까 일단 틈이 벌어지게 하고 그 안에 복음이 들어갈 길을 열고 계십니다. 이집트를 쓸 일이 많으신 것 같아요.”(D선교사)
콥틱교와 개신교가 협력 관계를 강화해 시민혁명으로 트인 물꼬를 더 큰 물길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00년 역사와 1000만명에 가까운 신도를 갖고 있는 콥틱교와 힘을 합치면 중동·아프리카의 영적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B선교사)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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