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백인 복음주의자(White Evangelical)들이 도널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한 출구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백인 복음주의자 가운데 81%가 공화당 소속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2012년 대선에 비해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백인 복음주의자 중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교회 출석 빈도가 높을수록 트럼프 지지 비율이 높았다.
▲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크리스천들이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플레처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도하고 있다.
매주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미국 기독교인 56%가 트럼프, 40%가 클린턴을 각각 지지했다.
매월 한 차례 예배에 참석하는 기독교인 가운데서는 49%가 트럼프를, 46%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케빈 덜크 칼빈대 정치학과 교수는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와 인터뷰에서 “복음주의자들이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며 “복음주의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과거보다 더 강력하게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지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기독교 단체인 ‘마이페이스보우츠’(My Faith Votes·의장 벤 카슨)의 투표 장려 캠페인은 트럼프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리버티대 부총장을 역임한 조니 무어는 크리스천포스트(CP)와 인터뷰에서 “종교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고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원하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유권자의 종교별 투표 결과(표)가 무어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복음주의자들을 포함한 전체 개신교인 열 명 가운데 여섯 명꼴(58%)로 트럼프에 투표했다.
지난 대선에 비해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가톨릭도 절반 이상(52%)이 트럼프를 선택, 지난 대선보다 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무교인 유권자 사이에는 힐러리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유대교 신자의 71%, 기타 종교를 믿는 이들의 62%, 종교가 없는 이들의 68%가 힐러리에게 투표했다.
트럼프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지만 대통령으로서 기독교적 가치를 얼마나 구현할 지는 미지수다.
단적으로 트럼프는 당선 소감에서 ‘하나님(God)’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4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하나님께서 축복하시기를(God bless)”로 당선 소감을 맺지 않은 당선자가 됐다.
반면 클린턴은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를 인용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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