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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의 인쇄 출판물에도 25%의 고관세를 물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미국 내 출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성경을 인쇄해 왔던 미국 기독교 출판사들이 한국을 대체 공급처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기독교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미국 출판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경세(Bible tax)’를 부과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CNN 등 현지 외신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30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중국 제품 중에는 성경 등 독특한 종이에 인쇄하는 기술이 필요한 인쇄물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독교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에 따르면 성경은 일반 책의 10배에 달하는 80만개의 단어를 담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매우 얇은 종이에 인쇄해야 한다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얇은 종이에 많은 단어를 인쇄하는 건 과정이 복잡하고 예민한 만큼 특수 제작된 기계로 인쇄해야 한다.


이 같은 인쇄 기술을 보유한 중국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성경 중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NP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성경책은 810만권이다.


하퍼콜린스 마크 쉰왈드 최고경영자(CEO)는 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관세가 성경 출판에 미칠 잠재적이며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와 종교단체에 ‘성경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25%의 관세로 인쇄 가격을 올리게 된다면 기독교 서점과 시장은 물론 교회나 비영리 단체, 종교 기관들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성경 부족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우수한 출판기술이 미국의 성경대란을 막아줄 대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도 중국과 같은 인쇄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보급 물량까지 자체 생산하고 있다.


대한성서공회의 경우 지난해 기준 성경책 600만권을 제작해 해외에 보급했다.


아프리카 국가 등에 제공되는 물량은 선교를 목적으로 주로 기증했다.


국내엔 10분의 1수준인 56만여권이 유통됐다.


출판업계에선 중국이나 한국처럼 브라질도 성경을 인쇄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엽지(薄葉紙)라 불리는 얇은 종이에 인쇄하면서도 비침이 없고 내구성도 강해야 하는 데다 제본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대신해 한국에 성경 보급을 요청한다면 생산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물량을 늘리기 위한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중 갈등 상황에서 공연히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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