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거지가 돼 그 분 품에 다시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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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합정동 양화진문화원의 2010 양화진 문화강좌 사회를 보고 있는 김종찬씨

 

저는 2002년 7월 2일에 죽었습니다.
그날 분당 파크뷰 아파트 사건으로 체포되었고, 51일 동안 구속되었다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풀려 나온 것이 2002년 8월 22일입니다.
햇빛 밝은 낮이 아니라 밤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습니다.
저는 더 이상 환한 대낮을 살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죽은 사람에게는 어두운 밤이 제격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2년 7월 2일 이전의 삶과는 결별하였습니다.
제가 결별을 선언함과 동시에 세상도 저와 결별하였습니다.
세상은 시들은 꽃과 지는 낙엽을 기억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세상과 결별하고서 그 세상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가난이 문제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친구에게 선 보증이 잘못되어 전 재산이 거덜난 것도 그 무렵입니다.
저와 세상을 떼어놓으려고 누가 작정이라도 한 것 같았습니다.
정말 완벽하게 옛 것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람에서 물질까지 제가 가졌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50여년의 제 삶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참으로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라는 말은 헛된 말이 아님을 실감하였습니다.
자살? 왜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지하철? 건물의 옥상? 산꼭대기 바위? 가장 자주 방문한 곳입니다.
그러나 목숨을 끊을 자유도 제겐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이라도 있었다면 저는 세상을 떠나는 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가족을 물 한 방울조차 없는 사막에 버려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가난을 부른 제 죄값을 피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한 채로 동냥하는 걸인처럼 살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포기했을 때, 제게 주어질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사라진 50여년의 삶을 통렬히 반성하게 하였습니다.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음식에 취한 삶과 오만방자와 기고만장으로 압축할 수 있는 곡학아세의 삶이 너무도 부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굴러다니던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알 만한 내용이라 생각해서 오랜 세월 처박아 두었던 책입니다.
이재철 목사의 자기고백서 ‘나의 고백’입니다.
이재철 목사와는 35년이나 된 관계입니다.
그래서 아내의 권유에도 덮어두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으면서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제가 모르든 사실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제가 알던 사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고백하는 처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 뒤, 저는 사는 게 몹시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난보다 더 불편한 것이 그 ‘느낌’이었습니다.
뭔가가 저를 심하게 간섭한다는 느낌이었죠.
생각을 할 때도, 말을 할 때도, 행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주 거북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절더러 이상해졌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그러다가 목사님 되는 거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저를 간섭하는 거북한 존재가 누구인지 알게 된 듯합니다.
이재철 목사의 ‘나의 고백’이 통로였습니다.
처음부터 제게 임재해 계셨으나 저는 보지 못하고 있던 하나님을 마침내 만나게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늘 저와 함께 하시면서 저를 이끄셨는데, 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을 알게 하였습니다.
그것은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의 존재였습니다.
사사건건 하나님과 상의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어리석었던 옛 삶을 청산케 하시고 새로운 삶을 심게 하신 그 분께 감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가난하여, 돈 걱정 없는 날이 없고 빚 때문에 괴롭지 않은 날이 없지만, 지난 50년의 부귀영화가 조금도 그립지 않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헛된 꿈은 사라졌고 참다운 삶의 역사가 매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참 사람이 되는 기쁨 아실런지요?
        (3부로 계속)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어떤 경우에도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다시 나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8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분당파크뷰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을 때, 저는 저 자신을 이미 사형에 처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때 죽은 것이지요.
진실로 제 목숨을 끊으려고 작정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삶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막막한 광야와도 같은 세상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서 떠나는 것은, 무책임과 이기심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바로 그 무렵, 지인을 돕는다고 선 보증이 잘못되어 전 재산이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거든요.
만약 보증사고가 나지 아니하고,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이 있었다면, 저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래서 50여년 평생에 처음 제게 찾아온 가난은 생명의 원천이었던 셈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살아야 했으니까요.
제가 해왔던 옛 일을 버리고 새 일을 찾기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을 위하여, 돈을 번다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8년 동안 열두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지요.
때때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적도 여러 번이었고요.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하는 저는 눈물을 보일 시간도, 공간도 없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엄혹한 현실이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희로애락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달은 것도 그 무렵입니다.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는, 살기 위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늦어도 한참 늦은 이 깨달음이 저를 몹시도 괴롭혔습니다.
너무도 부끄러워서 바깥출입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에 처박혀 있던 저는 몇 년 동안 집안에 굴러다니던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읽기를 권한 지 오래이지만 읽지 않고 묵혀두었던 책입니다.
이재철 목사의 자기고백서인 ‘나의 고백’입니다.
저자와는 35년 된 관계이고, 그런 까닭에 그의 자기고백이 그렇고 그러리라고 여겨져서 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책은 저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모르던 이야기가 적혀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너무도 잘 아는 이야기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진행되는 벌거벗은 자기고백 앞에서 저는 두려웠습니다.
마구 떨렸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사는 게 거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간 50여년의 삶을 지울 수만 있다면 깡그리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저 자신을 기억할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참으로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라는 말이 헛되지 않음을 알면 알수록 제 헛된 삶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거북함과 고통이 제 생각과 말과 행동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의식하는 저를 발견하고 저도 놀랐습니다.
주위에서도 제가 이상해졌다고 했습니다.
‘나의 고백’이 하나님을 만나게 한 통로가 되다니, 저는 하나님의 계획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를 기다리시며, 늘 저와 함께 하신 하나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를 치고 치고 또 치셨던 하나님을 말입니다.
저는 어리석은 탕자처럼 옛 옷을 벗고 벌거벗은 거지가 되어서야 아버지 품으로 돌아온 것이지요.
지금도 변함없이 가난하여 하루하루가 힘들고 돈 걱정 빚 걱정에 영일이 없지만, 엉터리 지식인으로 곡학아세하고, 호화사치하며 껍데기로 살지 않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새살이 돋아 새사람이 되어 살 수 있도록 계속 돌을 던져 주십시오.
(다음호에 계속)
국민일보
이 글은, 한때 우리나라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분당의 파크뷰 아파트 사업과 관련하여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우리에게서 떠나 자취를 감추었던 김종찬이 눈물로 쓴 참회의 글이다. 
그리고 그가 언제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으며, 하나님을 만난 뒤 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한 처절한 고백이다.
그와 함께 만날 하나님에 가슴 두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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