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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교수



9월이 되니 더위가 한풀 꺾이며 한층 높아진 파란 가을하늘을 보게 됐다.


밤에도 시원해진 공기가 오랜만에 편안한 수면을 허락해준다.


필자는 9월을 맞으며 지난여름 폭염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기도를 게을리한 것을 반성했다.
팔순이 넘은 양가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하면서 폭염 속에서도 새벽기도를 쉬지 않으셨다는 말씀에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부모님에게 새벽은 온전히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 기도로 드려지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런 부모님의 기도 유산을 본받아 필자도 여름 내내 소홀했던 기도의 시간을 다시 이어가려고 한다.


이런 다짐과 딱 어울리는 찬송가가 ‘기도하는 이 시간’(361장)이다.


이 찬송은 지난달 소개한 여류 시각장애인 찬송가 작가인 패니 크로스비(1820∼1915)가 1890년 작사한 것으로 원제목은 ‘마음의 피난처’다.


복음성가였으나 가사가 아름다워 찬송가에 삽입됐다.


작곡은 미국 코네티컷주 태생의 윌리엄 하워드 돈(1832∼1915)이 1869년에 했다.
이 찬송은 마태복음 6장 5∼7절 말씀을 토대로 한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기도의 영적체험을 경험한 크로스비는 이 찬송을 통해 기도하는 자의 바른 태도와 자세를 소개한다.


1절 ‘주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모습을 통해 섬김의 자세를 표현한다.
2절에선 ‘우리 마음을 비우고 의지한다’는 순종의 자세를 말한다.
3절에는 ‘잘못된 것을 아뢴다’는 모습을 통해 기도의 첫 요소가 죄의 고백임을 강조하고 있다.
4절에는 ‘주를 의지하며 크신 은혜를 구한다’는 모습을 통해 기도하는 자는 전적으로 주님의 응답을 믿고 간구해야 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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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원어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도는 축복의 시간’이라는 거다.
이 찬송가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가정이 어려워진 한 엄마는 어린 두 딸과 살게 됐다.


가지고 있던 집과 차는 모두 은행에서 가져갔고 믿었던 남편마저 집을 나간 채 소식이 끊겼다.
엄마는 새날이 밝아오는 것이 두려웠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고통이었다.


순간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한 엄마는 다섯 살, 세 살 된 딸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종이와 천 등으로 창문이나 벽에 난 모든 틈을 틀어막았다.


큰딸이 물었다.


“엄마, 뭐하는 거야?” 엄마는 “여기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구나”라고 답했다.
그리고 방에 가스난로의 스위치를 켰다.


딸은 “엄마, 이상해. 조금 전에 일어났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엄마는 “괜찮단다. 우리 이제 낮잠을 좀 자보자”라고 딸들을 다독였다.
난로에서 가스가 새는 소리를 들으며 엄마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이니 부엌에 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바로 찬송가 ‘기도하는 이 시간’이었다.


이 찬송가를 들으며 엄마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어린 딸들을 끌어안고 울면서 회개했다.


하나님은 긍휼의 손길로 그 가정을 어루만지셨다.


다시 온전한 가정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우셨다.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의 모습은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기도다.
땀이 핏방울로 떨어질 정도로 기도하신 주님의 모습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면서도 인간의 몸으로 보여주신 가장 낮은 자세에서의 간절한 기도였다.


기도생활은 우리 크리스천에게 가장 중요하다.


새벽기도를 섬기는 것과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에 익숙해 있는 요즘 시대에 맞게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도제목을 올리면서 기도하는 것도 좋다.


매일 기도제목을 바꾸면서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다.


기도는 나의 기도제목을 응답받기 위해 드리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연들, 깊은 슬픔을 기도 시간 주님께 아룀으로써 이미 위로를 받고 후련해질 수도 있다.


김현승님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시가 떠오른다.


9월의 따스한 햇살에 든든히 익어가는 곡식처럼 우리의 신앙도 기도로 든든히 익어갔으면 한다.


<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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