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지체하실 때

나사로 병든 소식 듣고 예수님은 왜 즉시 달려 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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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위버 지음/오현미 옮김/두란노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는 겨우 45㎝ 전후.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기는 일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가장 먼 길인 듯하다.
하나님과의 고독한 거리감을 호소할 때는 언제인가. 하나님이 우리가 바라는 때에 나타나지 않을 때, 하나님이 아무것도 안 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일 때, 하나님을 부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때 우린 “하나님이 정말 나를 사랑하시나”란 의문을 품는다.
저자는 요한복음 11장과 12장에 나오는 나사로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실망과 상실 앞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오빠의 죽음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자매와 그들을 사랑하시되 조금 지체하기로 선택하신 주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비극과 미지의 길을 항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나사로의 이야기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대비해 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요한복음 11장에 수많은 미지수들이 있다. 친구 나사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예수께서 그에게 얼른 달려가시지 않고 이틀을 더 머무셨다는 사실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마리아와 마르다가 그 엄청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막아 주실 수도 있으련만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게 놔두신 것은 어떤 이유인가.
나사로가 병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예수님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하는 제자들은 아마 즉시 길을 나설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때 예수께서 침묵을 깨시고 말씀하셨다. “이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요 하나님의 아들이 이로 말미암아 영광을 말하게 하려함이라”(요 11:4)
저자는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에 둔감하시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수님께서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우셨다는 것을 기억하라.
친구가 곧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서 걸어 나올 것을 아시면서도 주님께서는 자신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과 함께 애통해하셨다.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신 것도 있었지만 주님 자신의 가슴도 아팠다.”
특히 요한복음 기자가 ‘예수님이 계시던 곳에 이틀 더 머무셨다’고 말하면서 ‘메노’라는 헬라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 단어는 이틀을 더 ‘견디셨음’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사로가 있는 곳으로 얼른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게 예수님께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지금 우리가 장례식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무언가 경이로운 일이 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 고유의 속도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이 지체하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에게도 몇 가지 할 일이 있음을 알려준다.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중에 마르다와 마리아에게 “그를 어디 두었느냐”(요 11:34)고 물으셨다.
지금 주님이 우리에게 “너희 고통을 어디에 두었느냐”고 자상하게 물으실 때 우린 마르다와 마리아처럼 “주여 와서 보옵소서”라고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덤의 돌을 옮겨놓았듯이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를 가로막는 돌을 치워야 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장애물과 씨름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즉 나는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받을 수 없다고 하는 거짓말의 돌을 굴려 없애야 한다.
또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즉 과거의 상처에 계속 매여 있어야 한다고 하는 거짓말의 돌을 굴려 없애야 한다.
또 하나님은 나를 도우실 수 없다는 불신앙의 돌을 굴려 없애야 한다.”
그러고 나서 사랑의 음성을 경청하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음성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나사로를 부르셨던 것만큼 확실하게 우리를 무덤에서 불러내고 계신다.
“하나님이 잠잠히 계실 때는 그분을 믿고 기다리라. 적당한 때가 오면 다시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린다는 바로 그 행위가 다른 어떤 영적 훈련보다도 하나님의 음성을 더 잘 들을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한편 책은 성경을 보는 새로운 안목과 우리의 실생활에서 건져 올린 풍부한 사례들로 신앙생활을 갓 시작한 초신자나 자아상의 회복이 필요한 이들, 고난의 골짜기를 지나는 성도들에게 도움이 된다.
또 하나님의 은총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고민하는 이들, 하나님이 왜 내 상황에 개입해 고통을 막아 주시지 않는지 궁금한 이들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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