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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근심, 위선과 과시로 얼룩진 자아의 감옥에 갇힌 현대인에게 참된 자유를 얻는 법을 알려주는 ‘일상 신앙 안내서’다.


지난해 저자가 발간한 에세이집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비아토르)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생명 평화 감사 등 인생에서 견지해야 할 가치를 주제로 쓰였다면 이번 책은 삶에서 작별해야 할 것들을 다뤘다.


저자는 소유 중심의 삶을 버리고 익숙한 것이 주는 안락함을 떨쳐버릴 때,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끝없는 소유욕과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갈수록 커지는 탐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일상에서 애집(愛執)해온 것을 과감히 버릴 때야 비로소 삶이 가벼워지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


성경 역시 그리스도인에게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떠남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하나님 뜻을 따라 고향과 친척을 떠나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맡겼다.
야곱은 평생을 나그네로 살며 그 자신의 표현처럼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


타국에 노예로 팔려간 요셉과 제국의 왕자에서 도망자로 전락한 모세는 어떤가.


이들 모두 믿음으로 안락함을 버리고 유현한 미지의 땅으로 나갔다.


평생 성화(聖化)의 길을 걷는 게 그리스도인이라지만, 이런 모험이 찾아오길 학수고대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부터 ‘조금 덜 갖고 조금 더 불편하게 사는 연습’을 해보자고 권한다.


욕망의 문법을 떠나 자기 속의 두려움과 맞서 내 것은 비우고 애오라지 예수의 빛만 채워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탐욕과 부패, 특권의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꾸만 멈춰 서 하나님 뜻에 우리의 마음을 조율하자고 권한다.


자기반성과 함께 사회 구조적 악에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사회악을 그저 방관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 불의의 공모자가 될 수 있다.


“이 시대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른 것은 그르다 하고, 옳은 것은 옳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감옥에 갇히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던 하나니(대하 16:7~10)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 거룩한 부름에 응답해 우리 시대의 파수꾼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세상과 이웃을 향해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미는 행위도 경계할 것을 당부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 ‘내 편 아니면 네 편’의 논리에 익숙해지면 나와 다른 존재를 넉넉히 이해할 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세상을 치유할 힘은 결국 너른 품에서 나온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넉넉한 품이 있는 사람은 사랑과 믿음의 손길로 타인의 부족함을 채우고 잘못을 고친다.
이는 생명을 살린 하나님의 방법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 동서양을 넘나드는 고전 인용으로 글맛을 잘 살리기로 정평 난 저자의 책인만큼 이번 신작도 흡사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스도인의 신앙 갱신이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임에도 읽을수록 마음이 절로 맑아지는 이유다.


책을 180도로 완전히 펼칠 수 있도록 누드 사철 방식으로 제본된 것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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