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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한경직(사진) 목사는 한국교회의 청빈한 삶의 모델과도 같다. 


대형교회인 영락교회 설립자임에도 은퇴 후 어떤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 


1973년 은퇴 후 2000년 4월 19일 별세하기까지 27년을 살아온 우거처(寓居處)에도 휠체어와 앨범 몇 권, 성경이 남겨진 물건의 전부다. 


한 목사 18주기를 엿새 앞둔 지난 13일 내 집이라는 주거처가 아니라 ‘남의 집에 임시로 몸을 붙여 산다’는 뜻을 지닌 우거처를 찾았다.


우거처는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입구 쪽으로 난 언덕길을 따라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남한산성의 기온이 서울 시내보다 다소 낮은 덕분에 이날 늦게 핀 벚꽃을 볼 수 있었다. 

우거처 앞마당에도 목련이 심어져 하얀 꽃잎을 날리고 있었다.


공사 때문에 2016년부터 거의 손님을 받지 않았던 우거처에 최근 새 소식이 생겼다. 


우거처 앞마당에 있는 새 예배실인 ‘팔복재’와 관리실 건물이 각각 완공돼 17일부터 손님을 받게 된 것이다. 


마태복음 5장의 ‘팔복’을 의미하는 팔복재는 애통하는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등으로 평생 섬겼던 한 목사의 삶과 정신을 새기고자 만들었다. 


이철신 영락교회 원로목사는 이날 자신의 필체가 담긴 현판을 팔복재에 내걸었다. 

지난 2월 부임한 김운성 영락교회 위임목사도 최근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팔복재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 공간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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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직 목사가 은퇴 후 머문 경기도 광주시 우거처.



팔복재 입구에는 한 목사의 육성을 담은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에서 한 목사는 “나는 내게 속한 집 한 칸, 땅 한 평도 없는 사람”이라며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거처에 들어서자 좁고 허름한 거실 겸 주방이 이어졌다. 

식탁은 한쪽이 주방 작업대와 붙어있어 의자를 세 개만 놓을 수 있다. 


유리 덮개가 깨진 식기건조대도 버리지 않고 쓴 생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2015년부터 사택을 관리해 오고 있다는 이형택(60) 영락교회 집사는 “한 목사가 생전에 사용하던 용품과 가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한 목사는 낡았다고 물건을 버리는 법 없이 고쳐서 다시 썼다”고 설명했다.


입구 왼편에는 서 있기에도 비좁은 응접실이 있다. 


한 목사는 아침부터 이곳에서 성경을 읽다가 어린이부터 나이든 성도까지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먼지 냄새 자욱한 천소파 7개와 모서리가 닳은 문갑, 책장, 탁자는 그의 청빈한 삶을 짐작케 했다.

손자와 손녀의 모습이 담긴 액자와 영락교회 50년사를 담은 책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보고서, ‘타임’지 등이 1929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예장 통합의 기반을 닦은 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침실에는 낮고 좁은 싱글 침대와 이불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침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이불장에는 태극기와 애국가, ‘쓰레기를 줄입시다’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한 목사는 매일 아침 일어나 태극기를 보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다고 한다.


우거처 왼편 언덕을 걸어서 3분쯤 오르자 소나무 아래 지름 2m 정도의 바위 2개가 눈에 들어왔다. 

한 목사는 새벽마다 이곳에 올라 소외되고 가난한 자,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1902년 12월 29일 평남 간리에서 태어난 한 목사는 평북 정주 오산학교에서 조만식 선생으로부터 학문을 배우며 민족에 눈을 떴다. 


1945년 월남해 영락교회와 영락모자원, 영락노인복지센터, 영락보린원 등을 세우며 가난하고 힘든 자들을 아낌없이 도왔다. 


1992년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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