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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랄한 모습의 가수 자두. 한국적인 사모의 이미지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
의 모습 그대로 주님을 찬양하고 이웃을 돌보고 있었다.


“남자친구로 지내는 것은 좋지만 사모는 못 할 것 같았어요.”

가수 자두(34)가 결혼 전 ‘그 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 앞 놀이터에서 당시 남자친구인 지미 리(40·Jimmy Lee) 목사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며 프러포즈를 할 때였다. 

사귀는 것은 몰라도 결혼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라는 이름표까지 달아야 한다니 말이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광림교회(박동찬 목사) 새신자실에서 일일 바리스타 행사를 마친 자두를 만났다. 

“어머!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아담한 체구이지만 가수답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반겼다. 

브라운 톤에 핑크색 부분염색의 헤어스타일. 생기 넘쳤다. 결혼 전이나 후나 여전히 발랄한 모습이다. 

거룩한 사모의 이미지가 아닌 개성 넘치는 가수 자두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지금은 제 기존의 모습 그대로 자유롭게 사역을 하지만 결혼 전엔 사모 타이틀이 큰 부담이었다”고 말을 꺼냈다. 

자두는 남편 리 목사를 2011년 7월 처음 만났다. 

경기도 고양시 ‘기쁨이있는교회’에 리 목사가 영어예배 담당 목사로 부임한 ‘운명의 날’이다. 

자두가 그 교회에 처음 간 날이기도 했다. 
성도와 목회자였던 관계는 이듬해 5월부터 연인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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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와 남편인 한국계 미국인 지미 리 목사(오른쪽).


자두는 “당시는 하나님만 붙잡고 어둠의 터널에서 막 빠져나올 때쯤”이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보냈지만 후반기는 고통 가운데 있었어요. 
소속사와의 돈 문제, 배신 등 모든 것이 나를 내리쳤죠. 
사기를 당하는 등 생활이 엉망이었습니다. 
우울증 증상도 있었고요.
알코올 중독, 죽음, 절망과 자살 등 어두운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자두는 2001년 데뷔해 ‘김밥’ ‘잘가’ ‘대화가 필요해’ 등 히트곡을 줄줄이 내놓으며 톱스타가 됐다. 
‘김밥’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때였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가요계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제가 기댈 곳은 하나님밖에 없었어요. 
3년 동안 예배당에 가서 밤부터 아침이 될 때까지 엎드려 눈물만 흘리며 기도했죠. 
기도도 하며 매달리니 주님이 마음의 회복을 주셨고 주변의 어려운 일들도 하나 둘씩 풀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만났다. 자두가 아닌 ‘김덕은’(본명)으로 온전히 하나님을 다시 만나고 교만한 자아를 깨뜨렸다. 

철저히 회개하고 세상의 인기에 휘둘렸던 마음을 내려두고 주님 한 분만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나아갔다. 

자두는 “마음이 많이 회복됐던 그때 제가 교회를 옮겼다”며 “목사님도 저도 외부 행사가 있어 함께 갈 때가 있었는데 목사님은 차가 없으셨다. 

그래서 예배나 집회가 늦게 끝날 때 차로 모셔다드리면서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고 했다. 

“목사님이면 과묵하고 점잖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음악, 사진, 디자인, 스포츠를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었죠. 
무엇보다 제가 배우자를 두고 기도할 때 저를 신앙적으로도 잘 이끌어줄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가 모든 면에서 다 좋았어요.” 

그렇게 자두는 여섯 살 연상의 한국계 미국인 목사와 1년 반 정도 교제하고 결혼하게 됐다. 

하지만 결혼식날까지 목회자 아내, 사모의 역할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오빠한테 그랬어요. 난 죄가 너무 많다고. 
오빠는 어릴 때부터 목사가 꿈이었고 그리고 큰 죄악에 빠지지 않고 사역자가 되기 위한 길로 쭉 걸어왔겠지만 난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있었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두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은 교회 사모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자두는 “김장김치 1000포기 정도는 담그는 사모님들의 헌신을 보며 자라온 세대”라며 “저는 김치도 못 담그고, 그런 헌신 못 할 것 같다고 울었다”고 했다.

“결혼하면 제 일은 다 그만두고 교회에서 아내로, 사모로만 존재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하나님의 성품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이었던 거죠.”

남편이 자두의 마음을 헤아려줬다. 행위(do)가 아닌 존재(be)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리 목사는 “예수님은 당신이 무엇을 해서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하시는 분”이라며 “사모가 되어서도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단다. 

그래도 자두가 두려워하자 “미국엔 사모의 개념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 나 미국사람이잖아. 

넌 네 일을 해. 

내가 목사라고 해서 나의 소명이 너의 소명보다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를 부르신 하나님께만 순종하면 돼. 언제든 서포트하겠다”고 했다고. 
자두는 “제가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었다”며 “한국적인 사모의 이미지를 내가 우상처럼 만들어 그 안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제 목소리가 크든 작든, 머리색이 노란색이든 핑크색이든 그걸 보시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사모의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이날도 자두는 인터뷰에 앞서 개그맨 오지헌과 일일 바리스타로 나서 커피를 내리고 교회를 찾은 교인에게 팔았다. 

수익금은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해 쓰인다. 

김장김치만 담그지 않았을 뿐이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묵묵히 섬기고 있었다. 
자두는 요즘 방송 활동이 꾸준히 늘고 있다. 

MBC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JTBC ‘슈가맨’ 등에 출연했다. 

JTBC 인기 프로그램인 ‘슈가맨’이 방송되던 지난 7일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일주일의 대부분을 찬양 인도와 예배 자리에 있는데 가끔 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며 “하나님이 대중에게 저를 다시 기억나게 해주시고 잊지 않게 세워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하나님은 저를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아요. 
얼마나 제한 없이 모든 것을 용납하고 풀어내길 원하는지요. 영역마다 제한 없이 믿음의 용사들을 일으키고 싶어하시는지. 
오합지졸 가수 자두도 이렇게 사모로 만들어서 쓰신다는 것이 기뻐요.” 

마지막으로 그는 “예수님은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주님을 많이 왜곡하고 있는 것 같아요. 주님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바라만 봐도 가슴 뭉클해지는 분이세요. 주님을 만나 기쁨과 행복이 넘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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