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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 산 104번지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로 더 유명하다. 

서울 지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3000가구 가운데 600가구 정도가 이 마을에 산다. 

백사마을 초입에 서울연탄은행 사무실이 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의 서울 사무소이자 연탄나눔운동의 전초기지다.

지난달 29일 오후 백사마을에서 연탄배달 자원봉사 안내를 막 끝낸 허기복 목사를 만났다.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낡은 집들 사이에서 연탄 때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허 목사가 연탄은행을 설립한 지는 올해로 12년째. 

연탄은행은 전국적으로 매년 평균 300만장 이상 지원하고 있고, 정부도 손대지 못하고 있는 연탄가구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6만8000가구 정도로 파악되는 전국의 연탄사용가구 통계는 그렇게 나온 수치다. 

올해 연탄은행 캐치프레이즈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 예년보다 조금 거창해진 느낌이다.



-올해 활동 구호만 본다면 연탄은행의 사역 반경이 넓어진 것 같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예년과 비교할 때 경제 사정이 나빠졌어요. 
자체 조사를 해보니 연탄소비 가구가 6.7% 정도 늘었더라고요. 
이 상황에서 연탄나눔운동을 지역 시민운동 차원을 넘어 교회와 성도, 나아가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범국민 연탄나눔운동으로 확대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게 됐죠.” 


-우리나라 최초의 연탄은행을 만들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10여년 전쯤 원주에서 밥상공동체 활동을 하던 때였어요. 어느 겨울날 교회 밑에 홀로 사시는 80대 할머니를 찾아갔는데, 냉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계시더라고요. 
연탄 살 돈이 없어서 일주일째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연탄 1장 값이 250원이었는데…. 
그날 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해 어떤 개인 후원자를 통해 연탄 1000장을 그 할머니께 전해드리면서 사실상 연탄나눔운동이 시작된 거죠.”


-지난 12년 동안 연탄은행이 33호점까지 들어섰는데.

“입소문이 빠르더라고요. 한 지상파 방송에서 연탄은행이 소개되니까 전국 곳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초창기에는 서울 미아리 고개까지 연탄을 싣고 배달했는데, 이후에는 요청이 너무 많아서 3만∼4만원씩 연탄 구매 비용을 전달해 드리기도 했죠. 
그때 ‘연탄이 절실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일명 ‘전국연탄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전국의 연탄사용 가구를 파악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탄나눔운동을 하다 보니까 수요 조사가 필수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연탄 배달 업자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또 동네마다 연탄사용 가구를 수소문하면서 틈틈이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울릉도와 제주도까지 전국을 마르고 닳도록 다녔어요. 
그렇게 해서 연탄을 사용하는 16만 가구 정도를 파악했고, 그중 이름과 주소 등이 포함된 10만 가구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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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나눔운동에 대한 노하우나 연탄에 대한 지식이 남다를 것 같다.

“연탄 1장 값은 500원 정도입니다. 
1장 무게는 사람 체온(36.5도)과 같은 숫자인 3.65㎏ 안팎이에요. 
공장에서 갓 나온 연탄은 일주일 정도 말려야 화력이 좋아요. 
그래서 연탄을 때는 집은 연탄이 떨어지기 일주일 전에 미리 주문해 말려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연탄사용 가구는 하루 평균 4장 정도 때고 있고요. 
넉넉잡아 한 달에 150장, 6개월에 800장을 평균 소비량으로 보면 됩니다.”


-연탄나눔운동은 전적으로 후원을 통한 활동이다. 후원자들의 면면이 궁금하다. 

“소액 후원으로 동참하는 ‘개미군단’의 힘이 큽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이 연탄 몇 장 돕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면서 주저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후원한 연탄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나서는 행복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기후원자가 되기도 하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혼수비용을 연탄은행에 기부하기도 하더라고요.”


-연탄나눔운동이 교회와 성도들의 중요한 섬김 사역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셨는데.

“예수님께서 한국 땅에 있는 낮고 힘든 이들 곁으로 오신다면 연탄을 때는 달동네로 찾아오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이 연탄나눔운동에 동참하는 것만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섬김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탄 1장 값만이라도 동참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모아지면 활활 타오를 수 있거든요.”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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