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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찾아간 경기도 안양 만안구 안양석수교회. 김찬곤(56) 목사의 사무실까지 가는 길은 복잡했다. 

분명히 교회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한참을 돌았다. 

꼬불꼬불한 계단을 몇 차례나 올라갔고 문도 서너 개를 통과했다. 

회의실인가 싶더니 다시 통로가 나타났다. 

“교회 구조가 좀 복잡해요” 하며 안내하는 남성 직원의 뒤꽁무니만 쫓았다. 

마침내 도착한 담임목사실. 김 목사는 “처음 오는 사람들은 카타콤 같다고 한다”며 웃었다. 

사무실은 평범했다. 

40년 넘은 교회당 건물의 세월이 묻어났다. 

낡은 에어컨 하나가 힘겹게 무더위를 쫓아내고 있었다. 

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1호선 관악역에서는 10분마다 열차 지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인터뷰 끝나고 밖으로 나갈 수는 있을까요?”라고 묻자 김 목사는 “몇 십 년 쌓이고 쌓인 건물이라 그렇다”며 “교회의 힘은 세련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말에는 올해로 18년째인 그의 목회철학이 담겨있다.

1997년 제2대 목사로 부임한 김 목사는 말씀과 제자훈련, 지역사회 섬김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목회를 펼치고 있다. 

대학과 신대원 시절부터 세상 속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그는 부임하자마자 지역조사를 통해 주민 중에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곧바로 도시락 반찬 나눔을 시작했고 5년을 이어갔다.  

처음엔 교회 재정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섬겼다. 

김 목사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는 말씀의 원리에 따라 활동한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서 성도들이 ‘나도 줄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무료 급식 사역인 경로식당은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이다.

경로식당에서는 월∼목요일, 토요일 5일 동안 매일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2001년 11월부터 시작해 지금껏 지속하고 있다.  
13년간 어르신만 45만명이 다녀갔다. 

평일 160명, 토요일 250명의 노인들이 교회를 찾는다. 

지금은 안양시에서도 지원할 정도로 점심 급식은 석수동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교회론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교회는 건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건강한 교회란 예수를 닮은 성도들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를 닮은 성도들은 거저 주셨던 주님처럼 거저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 목사는 고신대와 총신대 신대원(M. Div.)을 거쳐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교회의 사회사업’을 주제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았다. 

안양석수교회 부임 전엔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서 7년간 부목사로 일했다.
그는 목회 현장을 넘어 연합사역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에서 상임총무를 맡고 있다. 

대학 시절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학생신앙운동(SC)의 전국 회장을 지내며 협력의 묘미를 경험했다.

김 목사는 “목사들이 개교회 목회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연합해서 일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개별 교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장점을 살려 한국교회의 역량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에서는 양보가 절실하다”며 “연합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양보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전도사 시절부터 시작해 올해로 목회 36년차에 접어들었다. 

그에게 목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목회를 하면 할수록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못한다는 것입니다. 
성도들이 주 안에서 행복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게 목회가 아닐까요.”

그의 목회철학 가운데 하나는 성도들을 위해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 닉네임도 ‘돌다리’다. 

“은퇴하는 날까지 돌다리 한두 개를 놓고 싶습니다. 
성도들이 돌다리를 밟고 건너면 좋겠습니다.”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은 그의 돌다리 중 하나다.
교회 뒤편에는 작은 시내가 흘렀다. 
다음 세대를 향한 돌다리가 분명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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