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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목사는 2007년 LA 연합감리교회를 끝으로 연합감리교회(UMC)에서 은퇴한 금년 73세의 은퇴목사다. 

연합감리교회에선 서부지역 한인선교사를 역임했기에 ‘김광진 감리사’로 널리 알려져 있던 그가 은퇴 후 목회 때문에 중단했던 학업에 재도전하여 시작한지 40여년 만에 목회학 박사(D.Min) 학위를 받아 학문의 길에 결코 은퇴란 있을 수 없다는 노익장을 과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김 목사는 목회자로는 흔치 않은 서울대학교 출신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달라스에 있는 SMU(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받고 북가주 버클리에 있는 연합신학원(GTU)에서 조직신학 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했으나 2년간의 코스웍만을 끝내고 학업을 중단했다. 

주변의 권유를 받아 교수의 꿈을 접고 목회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1973년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 전도사로 시작하여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17년간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다 1988년부터 서부지역 감리사로 재직하면서 40여개의 한인교회를 개척하는데 공헌했다. 

1998년에는 북미 대륙 최초의 한인교회인 LA 연합감리교회(현재 담임 김세환 목사)로 파송을 받아 목회하다 2007년 34년간의 목회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다.

그러다 2012년 중단했던 박사학위에 재도전하여 마침내 지난 5월 17일 오클랜드에 있는 아메리칸 침례신학대학원(ABSW)에서 학위를 받고 졸업식을 가졌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갈등과 화해: 재미 한인공동체의 역동성(Conflict and Reconciliation: Dynamics of the Korean Community in USA).'

김 목사는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이민사회에서 벌어져 온 갈등의 심층부를 조명하고 원인을 파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드림교회 등 8개 교회에서 ‘갈등과 화해’ 세미나를 열었고 100여권의 책을 읽으면서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민교회는 100여 년 전에 이미 안창호, 이승만, 박용만 같은 지도자 때부터 엄청난 분열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모두 욕심 때문이지요. 분열의 저변에는 늘 욕심이 깔려 있기 마련입니다.”

갈등은 어느 곳, 누구에게 있을 수 있다는 보편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성서적, 신학적 발판을 마련해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한인사회는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관용을 베푸는 힘이 약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갈등과 화해를 주제로 한 저술활동을 펼쳐가겠다고 각오를 밝히는 김 목사는 이민목회자들에게 주고 싶은 말을 빼 놓지 않았다.

“이민교회가 아닌 보통 미국인교회에서도 목회자들이 갈등과 불화로 받은 소명을 반납하고 성직을 떠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첫 목회 5~7년 만에 70%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여 사표제출을 고민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제 논문에 나타난대로 LA지역 목회자, 평신도들의 80% 이상이 지난 3-5년 사이에 심각한 갈등과 불화를 경험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갈등이 있을 때 무조건(?) 기도만 하지 말고 갈등해소를 위해 성서적, 상담학적, 신학적 해결 방법등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이성적, 민주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김 목사는 73세에 학위를 얻은 은퇴목사로서 지금이라도 한인교회를 위해 무언가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갈등과 불화로 좌절하는 이민교회 목회자들을 돕기 위한 세미나 개최, 이에 관련한 매뉴얼 출판 계획 등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은퇴하신 목사님들에게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도 은퇴 후 7년을 우왕좌왕했습니다. 
이러다 생을 마감하면 너무 후회스럽지 않을까 생각하다 학업을 재개하여 목적을 이뤘습니다. 
‘Sleep less, Dream more'란 격언을 새기며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요. 
건강 챙기고, 여행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각종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황혼의 내리막길에 ‘새 꿈’을 꾸게 된 것입니다.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 갈매기처럼 낚시꾼들의 빵조각에 연연하지 않고 창공을 높이 날고 싶다는 그런 꿈 이었습니다. 
은퇴 목사님들은 평생 이루어 온 ‘배움의 온갖 경험들’을 사장시키지 말고 그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남은 생애를 더 보람 있는 꿈에 투자하시고 그 꿈의 성취를 위해 매진하셔서 꿈의 전령, 꿈꾸는 자의 롤 모델이 되시기를 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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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목사는 유머가 풍부한 목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심각한 분위기, 곤란한 문제도 적절한 유머로 풀어내어 분위기를 한방에 반전시키고 웃음바다를 만드는 특유의 재능이 있다. 

재미있는 조크가 발견되면 이를 노트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외우고 연습하고 생활화하여 목회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온 김 목사는 그래서 미주 한인교회에서 유머를 목회에 접목시킨 최초의 목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유머를 즐겨하는 그의 선천적 성격이 이제 남은 생애동안 갈등을 풀어 화해에 이르게 하고 반목을 풀어 상생의 길을 가게하며 저주를 풀어 용서의 길을 가게 하는 화해자의 삶을 살게 하는데 크게 기할 것으로 보여 진다.

앞으로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갈등과 불화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틀을 제시하고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김 목사는 박사 학위 취득 감사예배를 지난 6월 25일 LA 코리아 타운에 있는 용수산 식당에서 드렸다.

50여명의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감사오찬은 윤선식 목사의 사회, 김세환 목사의 식사기도, 이성현 목사의 축사, 정용치 목사의 마침기도 등의 순서로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백승배, 이창순, 김웅민, 정용치, 정영길, 정소영 목사 등 연합감리교 은퇴 목사 등이 대거 참석하여 학위취득을 축하했다.

컴맹인 자신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인터넷 서핑, 200페이지에 달하는 원고의 컴퓨터 작업을 도와준 아내 김은숙 사모의 도움이 없었으면 학위취득이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린 김 목사의 얼굴에는 이날 은퇴목사라고 여겨지지 않는 열정과 꿈으로 가득해 보였다.

 김 목사는 현재 나성 금란교회(담임 정상용 목사)에 출석하면서 실비치에 거주하고 있다.

<크리스찬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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