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니음악천국.JPG


길 위에 선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기타를 들고, 딸은 베이스를 연주하고, 어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아들은 드럼을 친다. 

국내 유일한 2세대 가족 찬양밴드 '원두패밀리(One-do Family·facebook.com/onedofamily)'는 최근 1집 앨범 '그 사랑, 귀한 선물'을 내고 전국 교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국내 순회공연을 한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선교 여행을 떠나길 원한다.
이 가족은 세상에 매이지 않는다. 

젊은 시절 트리오 멤버였던 아버지 이철희(46)씨는 팀이 깨지자 미련 없이 교회에서 사역했다. 
아들 효신(16)군은 드럼을 더 치고 싶어 학교를 그만 뒀다. 

딸 효경(20)씨는 뭘 배울지 결정하지 못해 대학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했다. 
어머니 한미숙(47)씨는 유명 기획사의 음반 제작을 포기한 적 있다. 

오직 하나님에게만 매인 원두패밀리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1층 카페에서 만났다.


동네 강아지·귀뚜라미도 레코딩에 참여


가족은 닮은 듯 안 닮은 듯, 발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원두패밀리는 1집에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보컬 코러스를 가족 4인이 모두 했다.

 “언젠가 가족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효경이와 효신이가 베이스기타나 드럼을 자연스럽게 치는 걸 보면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전문 프로듀서 일까지 하는 아버지의 얘기다.
가족은 2011년부터 음반을 준비했다. 

아버지는 충남 천안 유즈드기타에서 기타를 가르치고 하나교회에서 찬양 지휘자로 사역한다. 

“저희가 전문가에게 음반을 맡길 넉넉한 형편이 아니에요. 
홈 레코딩을 했죠. 
남편이 퇴근한 뒤 함께 녹음을 했는데 가끔 옆집 강아지가 짖기도 하고요. 
‘소망의 주님’이란 곡은 남편이 기타로 반주를 녹음하는데 귀뚜라미 소리가 크게 들어가 결국 세션으로 영입했습니다.”

어머니의 설명에 다같이 함박 웃었다. 

“제가 기획사 연습생 시절에 음반제작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내가 음반 만들어 줄게. 나랑 결혼하자’고 했어요. 
아마 제가 연예계로 가는 게 걱정됐던 것 같아요.” 

결혼 20년 만에 남편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남편은 “제가 너무 늦게 약속을 지킨 것 같죠?”라며 웃었다.

남매는 나란히 앉은 부모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딸은 “저런 얘길 들으니까 신기해요”라고 했다. 

이어 “중학교 때부터 CCM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음반이 나올 줄 몰랐어요. 얼떨떨해요”라고 말했다. 

아들 효신군은 “아직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요. 

교회 친구들이 제 랩을 듣고 놀릴 때 앨범 나온 게 약간 실감 나는 정도?”라고 한다.


커피 기초는 원두, 공동체 기초는 가족


밴드 이름은 남매가 지었다.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가족밴드잖아요. 동생이랑 저랑 커피의 기초 얘길 하게 됐어요. 
제가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기초 아니냐고 하니까 동생이 ‘원두가 기초’라고 했어요. 
동생 말을 들으니 번뜩 숫자 ‘1(One)’과 영어단어 ‘Do(하다)’가 떠올랐어요. 
거기다 엄마가 넣었으면 했던 패밀리를 붙여서 팀 이름을 지었어요.”

가족들은 ‘단단한 원두가 아름다운 커피 향기로 행복을 전하듯이 우리 가족이 멋진 노래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자’ ‘주님이 오실 그날까지 찬양사역이라는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앨범에는 ‘아버지, 나의 주여’처럼 예배 중 하나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 청소년기 신앙고백 ‘난 알아’, 보사노바 발라드 포크록 곡이 다양하게 수록됐다. 

3박자 곡인 ‘사철의 봄바람’은 컨트리 스타일의 빠른 4박자 곡으로 편곡했다. 
하나님 안에 있는 가정의 즐거움이 전해진다. 

12곡에는 40대 부모 세대의 신실함,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의 풋풋한 감성, 가족 간의 사랑과 예배의 기쁨이 느껴진다.

이 가족에게는 서로를 향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아버지 이씨는 “저희 부부는 처음부터 자녀가 아니라 부부 중심으로 살자고 다짐했어요. 
엄밀하게 보면 부부에게 자녀는 독립시켜야 할 존재이고, 같이 살아가는 건 부부잖아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남매 얘기를 덧붙였다.
 “애들도 둘이 대화 많이 하고 잘 놀아요. 
효경이는 처음 아르바이트 해서 동생 선물을 사줬어요. 어제도 효신이가 저한테 혼났는데 (딸이) 데리고 가서 달래주더라고요.” 

한씨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비친다.


아들 자퇴 주장에 어머니 기도

지난해 말 중학교를 자퇴한 아들은 요즘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초등학교 때 기타, 중학교 때 드럼을 배웠어요. 
드럼을 마음껏 치고 싶은데 학교에 가야 하니까 그럴 수가 없잖아요. 
엄마한테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했어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들이 음악을 한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잘 아니까요. 
효신이는 공부도 잘했어요.
이 녀석이 자퇴하겠다면서 방문을 쾅쾅 닫더라고요. 
기도를 했죠. 
그런데 하나님께서 ‘효신이가 정말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다’란 마음을 주시더라고요.”

 아버지는 아들이 뮤지션이 되는 걸 지지했다. 
딸 효경은 예쁜 목소리를 살려 성우가 되고 싶다.

“우리 교육이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학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요. 
갈수록 애들이 똑같아져요. 
하고 싶은 것도 바라는 것도 없어요.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애들도 드물고요. 
자녀가 스스로 원하는 걸 하면서 살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교회에서도 주일에 ‘시험 기간이라 학원 갔다’고 말하는 집사님들이 있어요. 안타까워요.”

아버지의 말을 어머니가 이었다. 

“아이들과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는 거죠. 
그러면 자녀의 고민이나 바람 이런 것을 듣고 조언해줄 수 있죠. 
자녀는 우리 소유물이 아니잖아요. 
스스로 삶을 누리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줬으면 좋겠어요.” 

원두패밀리는 앨범 발매 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강원도 교회로 공연하러 가기도 한다.
길 위에 선 가족의 다음 계획은? 아버지 이씨에게 들었다. 

“국내 미자립교회를 찾아 공연도 하고 음향시설도 손봐줄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선교 여행을 가고 싶어요.”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