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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에도 룰을 잘 지켜야 한다. 
그건 정직과 진실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도 이런 규칙들이다. 
올해 결혼 51주년을 맞은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윤학원(77·자양교회) 장로와 이명원(75) 권사 부부는 반세기 넘게 해로한 비결로 ‘정직하게 살기’ ‘진실하게 대하기’ ‘상처주지 않기’라는 부부간 규칙을 꼽았다. 

이는 윤 장로 어머니가 어린시절부터 가장 성경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온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였다.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되어 한 몸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코러스센터에서 윤 장로 부부를 만나 이 시대의 부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아내의 ‘그림자 내조’

빛과 그림자. 
부부를 만난 첫 느낌이다.

 ‘대한민국 합창계 거목’으로 윤 장로가 빛날 수 있었던 건 ‘그림자 내조’를 펼친 이 권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숨은 공로자였다. 부부는 대학시절 연세대 기독학생연합회 합창단에서 처음 만났다. 
윤 장로는 지휘자였고, 이 권사는 합창단 임원이었다.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팸플릿 제작을 위해 지휘자는 임원에게 단원 명단을 요구했다.
“당시 아내 집이 서울 정릉이었는데, 명단을 집에 두고 왔다며 바로 가져오겠다는 겁니다. 
지금이야 교통이 편하지만 그때만 해도 오가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찡그리지 않고 흔쾌히 갔다 오더라고요. 
평소에 착하고 성실해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내는 하나님이 지휘하시는 인생길을 함께 연주하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이 권사 역시 장래가 촉망됐던 성악가였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느라 제대로 무대에 서보지 못했다. 
주변에선 결혼이 뭐 그리 급하냐며 만류도 했다.

 “남편이 무조건 좋아 결혼했는데, 몇 년은 좀 버티기 힘들었어요. 시부모님에 시동생까지 열 식구가 함께 살았거든요. 

결혼 전에는 제가 맏딸이라 모든 게 제 위주였는데….” 이 권사는 그렇게 그림자가 됐다.
신혼 시절, 고교 음악 교사로 합창부를 이끌던 윤 장로는 극동방송 음악 PD 제안을 받았다. 
독실한 믿음에 음악적 열정까지 갖춘 그를 방송국 관계자들이 눈여겨봤던 것. 

고민이었다.만약 교사를 그만두고 선교 방송국 PD로 간다면 수입은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상황. 
윤 장로는 방송국에 쌓여 있는 수천 장의 클래식 LP판들에 매료돼 갈팡질팡했다.
“아내와 상의했지요. 

가정 형편이 넉넉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당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면 방송국으로 가라. 

내가 피아노 레슨을 해서라도 보탬이 되겠다’며 저를 밀어주더라고요.” 
음악 PD로 일하며 윤 장로는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두루 섭렵했다. 
음악적 해설이 필요할 땐 이 권사가 옆에서 참고 서적을 뒤적여가며 자료까지 꼼꼼히 챙겨줬다.


부부가 같이하는 연주 ‘합창’

윤 장로는 선명회어린이합창단(현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을 35년간 지휘했다. 
25년 동안 중앙대 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레이디스싱어즈 22년, 한국마드리갈합창단 14년, 영락교회 시온성가대를 40년 가까이 지휘했다. 

지금은 19년째 인천시립합창단을 맡고 있다.

“해외 연주가 참 많았어요. 그때마다 아내가 가방을 챙겨줬는데, 호텔방에 들어가서야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했습니다. 

비닐봉투마다 메모지가 붙어 있었어요. 세면도구부터 연주복, 비상약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메모지까지 붙여놓은 겁니다. 

지갑을 잃어버릴까봐 주머니마다 단추를 달아 비상 용돈까지 넣었더라고요. 
지금까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비결이요? 아내 덕분이지요.”

50여년 동안 재즈부터 가곡, 전통음악, 성가까지 윤 장로는 다양한 곡을 지휘해 왔다. 하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은 교회음악이다. 특히 한국 교회음악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15년 전 지휘자 세미나를 위해 외국의 성가를 번안해 악보집을 제작한 적이 있다.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악보집을 전량 폐기처분한데 이어 손해배상까지 했다.

이때 윤 장로는 한국의 성가곡집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 일을 아내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교회음악 성가집을 출판하는 코러스센터다. 

유능한 작곡가들에게 의뢰해 해마다 30곡의 창작곡을 담아 성가집 ‘예수 나의 기쁨’을 출간했다. 
오는 7월 15집이 나온다.

“인생은 되돌이표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보다는 지금 이 시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아껴둘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옆에 있을 때 말해야 합니다. 저희 부부에게 합창은 행복입니다. 
하나님은 혼자 외롭지 말라고, 같이 어울려 행복하라고 부부를 만드셨습니다.” 

이들 부부가 행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행복하려고 만든 규칙을 지키는 것.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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