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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은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란 세상의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한 무대가 마련됐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15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 완벽한 화음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합창이 울려 퍼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홈리스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 무대에 선 노숙인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들은 두 달 전 12곳의 노숙인시설 실무자와 자원봉사, 음악인들과 함께 ‘거리의 아빠들’이란 이름의 합창단으로 뭉쳤다. ‘게으르고 무기력한 사람들’이란 노숙인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해서다. 

이 무대를 위해 일을 마친 매주 금요일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에 집중했다.

‘거리의 아빠들’ 합창단 중 최고령인 박충서(80세)씨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연습하는 것이 힘들고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처음에는 서먹서먹 했지만, 지나고 보니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였고, 한 때는 아름다운 날들이 있었던 노숙인들. 이들은 짤막한 뮤지컬을 통해 자신도 사랑받고 싶은 존재임을 세상을 향해 외쳤다. 

음악제에는 ‘거리의 아빠’들 합창단 뿐 아니라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노숙인 그룹들도 참여했다.

노숙인들로 구성된 풍물패 그룹 ‘두드림’은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 판매원 노숙인들로 구성된 ‘봄날밴드’는 ‘쪽방의 봄날’ 등 위트 넘치는 창작곡을 선보였다.

특히, CCM가수 송정미씨와 홍순관씨를 비롯해 노경실 작가와 조우현 지휘자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각계 전문가들이 재능기부로 동참해, 음악적 열정과 재능은 노숙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상에 있지만, 사실상 세상 밖에 있었던 노숙인들. 한국교회는 이들 역시 우리의 이웃이란 것을 음악이라는 소통의 도구를 통해 확인시켜줬다.

<크리스찬 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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