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은 저희 부부의 ‘첫 열매’니까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전부 목회자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스스로 목회자의 길을 간 거죠(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에서 만난 서울 성암교회 장로 허남성(71) 할아버지는 이같이 말했다.
허 할아버지는 1970년 강원도 철원의 한 양장점에서 일하던 지금의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은 뒤 아들 여섯 명을 낳아 모두 목회자로 길러냈다.
그는 슬하에 딸이 없다. 허 할아버지는 “둘째는 일반대학에서 신학대로 편입했고, 셋째부터 막내까지는 스스로 신학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허 할아버지는 지난 10월 31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열린 기감 제31회 총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허남성 할아버지
그는 아들들을 모두 감리교 목회자로 길러낸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감리교인’ 표창장을 받았다.
시상자인 전용재 감독회장이 허 할아버지의 독특한 가정사를 전하자 총회 행사장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허 할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놀라움의 표시였다.
허 할아버지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표창장을 받았다.
그가 전 감독회장과 기념촬영을 마치자 손자 손녀들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이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는 할아버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그는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껴안았다.
다시 박수갈채가 행사장을 뒤흔들었다.
허 할아버지의 남달랐던 가정교육을 꼽으라면 가정예배를 들 수 있다.
그는 “가족끼리 틈날 때마다 가정예배를 진행한 덕분에 아이들의 신앙도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가정예배를 드리면 아들들이 순번을 정해 대표기도와 진행을 맡았어요. 예배의 마무리 기도까지도 아들들이 했죠. 이때의 경험이 쌓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목회자로 성장한 것 같아요.”
현재 허 할아버지 아들들이 사역하는 곳은 제각각이다. 맏이 허영(44) 목사는 충남 아산 신인교회 담임목사, 둘째 허철(42) 목사는 강원도 춘천 동원교회 부목사다.
셋째 허혁(40) 목사는 경기도 평택 평택제일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고 있으며, 넷째 허훈(35) 목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이다.
다섯째 허준(33) 목사는 경기도 분당 만나교회 부목사, 막내 허정(31) 목사는 경기도 오산 가장성애교회 담임목사다.
허 할아버지는 “자식들의 출신 학교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큰아들과 막내는 협성대를 나왔고, 둘째 셋째 넷째는 목원대를 다녔어요. 다섯째는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했고요.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 제가 금지시킨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학교 이야기’입니다.
학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식들이 자연스럽게 출신학교 자랑을 하게 되더군요.
자식들 사이에서 학연에 따른 ‘파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교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웃음).”
허 할아버지는 결혼을 하고 나서야 예수님을 영접했다.
철원에서 전자제품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1971년 처가가 있는 서울에 잠시 올라왔다가 아내 손에 이끌려 광진구의 한 교회를 방문했다.
아내의 친척이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였는데 당시 그곳에선 부흥회가 열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 저는 철원에서 내로라하는 건달이었습니다(웃음). 하지만 부흥회를 계기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삶이 달라졌지요. 뭔가를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어서 예수님을 믿어 보자고 결심하니 신앙도 금세 생기더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주일성수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허 할아버지는 철원에서 전자제품가게 신발가게 등을 운영하다 1986년 서울로 이주했다.
그는 서울에서 카페를 차리고 인테리어업체도 운영하면서 가족들을 건사했다.
그는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자식들 대학 등록금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등록금 낼 때만 되면 목돈을 쥘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기더군요. 하나님이 자신의 종으로 쓸 아이들이니 항상 학자금까지 마련해준 셈이지요. 자식들이 모두 목회자가 된 뒤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가 많은데 저는 한 일이 없습니다. 전부 하나님이 하신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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