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9)씨는 밝고 명랑했다.
장애인의 그림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스스로 말하듯 ‘좌절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었다.
국내외 교회와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며 ‘희망 전도사’로 활약 중인 이씨는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절절한 사연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는 “성경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을 읽고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간증했다.
또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사지기형 1급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씨의 손가락은 한 손에 두 개씩, 모두 네 개다.
게다가 막대기처럼 가늘게 붙어 있던 다리를 세살 때 절단해 키가 103㎝밖에 안 된다.
악보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지능도 높지 않았다.
여섯 살 때 그의 어머니 우갑선(59)씨는 연필이라도 쥐게 하려고 피아노를 가르쳤다.
물리치료를 겸한 셈이었다.
“어머니가 늘 찬송과 동화를 들려주셨어요.
찬송 부르는 것을 좋아하게 됐지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요.
피아노를 열심히 치다 보니 손가락과 팔이 길어지고 지능도 몰라보게 향상됐어요.”
이런 마음을 먹으니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세상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아노를 잘치고, 멋지게 치고 싶어졌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이희아씨.
하지만 연습을 해도 악보가 잘 외워지지 않았다.
주위에선 “포기하라”고 했다.
피아노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탔을 때는 그런 몸으로 대작은 칠 수 없을 것이라는 심사평까지 들었다.
오기가 생겼다.
어머니는 말했다.
“조급하지 않아도 돼. 빨리 배우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배우는 사람도 있어.
천천히 배운다고 할 수 없는 건 아니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알지.
결국 거북이가 경주에서 이겼잖니….”
그는 손가락 개수가 적으니 손가락을 더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악보가 외워지지 않으면 손가락이 외우게 했다.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했고 마침내 세계 유일의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는 최근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와 농부아저씨의 통일 이야기’(파랑새)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북한주민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통일 전문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통일 문제를 미주알고주알 고민하는 내용이다.
“2000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상이군인이셨는데 늘 통일을 염원하셨어요,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독일이 통일되던 모습을 본 뒤로 가슴속에 남북통일의 소망을 품게 됐습니다.
그 소망은 씨앗이 싹을 틔우듯 조용히 자라나고 있지요.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는 ‘장애 국가’인 셈입니다.
하나님께 장애를 벗어나게, 남북통일이 빨리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와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 통일부 홍보대사인 그는 지난해 6월 북한의 나진·선봉지역 탁아소 어린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해 듣고 피아노를 선물했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의 옌지 교회에서도 탁아소에 피아노 두 대를 더 선물했고, 결국 남과 북의 화음이 어우러지는 맑은 피아노 선율이 흐를 수 있었다.
북한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보내는 단체도 돕고 있다.
“통일을 위해 할 일이 있습니다.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돕는 것입니다.
농부처럼 작은 씨앗과 모종부터 가꾸어 나가다 보면 땀 흘려 수확하는 결실처럼 통일의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장애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며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웃음을 잃지 않느냐고 묻곤 하죠.
저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없는 것을 불평하지 말고 노력하지 않는 태도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걸 말이에요.”
그의 가냘픈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국만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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