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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균 장로가 지난달 말 17년 동안 장기 치료를 받고 있는 경남 밀양의 병원 입원실에

서 성경을 읽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주 업무는 ‘케이빙’이었다. 


탄광 갱도 막장에서 채굴(採掘)하는 일인데, 작업 도중 벽이 무너지거나 갱내에서 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잦아 광부들 사이에서는 가장 위험한 일로 꼽힌다. 


이왕균(77·양산 삼양교회 은퇴) 장로는 1967년부터 폐광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던 95년 초까지 꼬박 28년 동안 강원도 정선 일대에서 석탄을 캤다. 

깜깜한 막장에서 인생의 황금기인 30∼40대를 바친 그는 이제 병원 침대에 몸을 맡긴 신세다. 

진폐증에 따른 합병증 때문에 98년부터 17년 동안 장기 입원 중인 그는 수술로 왼쪽 폐 일부를 도려냈다. 

일어서서 찬송을 부르면 숨이 차 중간에 멈춰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런 그가 병원에서 성경 읽기를 강행군하고 있다. 


식사·산책·예배 시간 등을 빼고 매일 오전 6시1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거의 14시간을 성경에 파묻혀 산다. 


입원 이후 7년 만인 2005년 4월 400독을 했다. 


2009년 12월 700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말 1000독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성경을 1000번 넘게 읽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장로에 대해 궁금해졌다.


지난달 말 경남 밀양의 한 병원 입원실. 


마주 앉은 이 장로의 하얀 턱수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900독을 넘긴 다음에 너무 힘들어서 하나님께 서원하는 마음으로 기른 수염이에요.” 


장기 입원자인 그가 머무는 6.6㎡(약 2평) 정도 되는 병실에는 작은 냉장고와 TV, 침대, 서예도구 등이 비치돼 있었다.


침대 한쪽에 두꺼운 성경도 보였다. 


군데군데 훼손된 흔적이 보이는 겉표지는 본드와 테이프 등으로 정성스럽게 봉합돼 있었다. 

손으로 받쳐 드는 부위는 눅눅한 촉감이 와 닿았다. 


방금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었던 느낌이었다. 


표지 안쪽에는 안경 닦는 수건을 넣는 작은 종이함까지 끼워져 있었다. 


한눈에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은 성경 같았다. 


“2009년 10월 20일 이 병원 휴지통에서 주운 성경입니다. 글자가 커서 보기에 참 좋습니다. 이 성경으로 300독 넘게 이어오고 있어요.” 


대화 중에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 장로는 각종 기념할 만한 날들을 연·월·일까지 기록해 놓고 있었다. 


이를테면 ‘1972.1.28 교회 나감’ ‘1974.4.28 서리집사 임명’ ‘1978.2.15 성령체험’ 등의 식이다.

 그는 “메모하는 습관 덕분”이라고 했다. 


성경 읽은 횟수도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겼다. 


“1030독을 막 넘겼고, 지금은 열왕기상을 읽고 있어요. 1000독을 넘긴 건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100번도 힘들 겁니다.

 내 힘은 0%, 하나님 은혜가 100%입니다.”


그는 15일 현재 1040독을 돌파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성경을 파고든 계기가 궁금해졌다. 


“95년 2월 18일 광부 일을 그만둔 날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전날 탄광에 작업하러 가기 전이었어요. 

성경 소선지서 부분을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아내가 저를 부르는 겁니다. 


‘여보 3시 직전이에요. 빨리 출근 준비해야지요.’ 그때 갑자기 커다란 슬픔 같은 게 밀려왔습니다. 이튿날부터 일을 관뒀어요. 성경 읽으려고.”


이 장로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입원할 당시 이미 80독을 넘긴 상태였다. 


그 후 매년 평균 50∼60차례씩 완독했다. 


대략 한 주에 한 번 1독을 한 셈인데, 방식은 간단하다. 


병실 침대에 편하게 앉아 눈으로 죽죽 읽어 내려간다. 


그의 성경 1독 기록표에 보면 간혹 빨간 점과 파란 점이 별도로 표시된 부분이 있다.


각각 사흘에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독파했다는 표시다. 이럴 때는 하루에 20시간 이상씩 읽는다고 했다. 


그의 성경 읽기는 자연스럽게 암송으로 이어졌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80분 가까이 쉬지 않고, 성경을 줄줄 외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30분 정도로 줄었습니다. 나이는 못 이기는가 봐요.”  


17년간 병상에서 성경만 읽는 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900독을 넘긴 이후부터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눈이 침침해져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과연 1000독 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갔습니다.” 


성경 읽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도 궁금했다.


 "성경을 읽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샘솟아요. 읽고 또 읽어도 새로워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했다. 


평안한 마음과 담대함도 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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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을 완독할 때마다 기록해 놓은 이 장로의 ‘성경 일독 기록표’.



2남 2녀에 손주 9명을 둔 그가 갑자기 유산 얘기를 꺼냈다. 


"다른 건 물려줄 게 별로 없어요. 성경을 가까이 하는 '신앙의 유산'이 대대손손 이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이 장로의 '성경 사랑'은 그가 입원한 병원 감사(監事)인 장형문(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장로의 제보로 알게 됐다. 


장 장로는 "지난 10년 동안 매달 정기적으로 병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마다 한결같은 자세로 성경을 읽고 있는 이 장로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성경을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가 본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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