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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27일 교회 예루살렘성전에서 설교하는 모습. 김 목사는 이날 주일찬양예배 후 열린 공동의회에서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한국기독교 대표하는 

두 교회 목사 '아름다운 은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김삼환 박종화 목사가 27일 서울 명성교회와 경동교회에서 마지막 주일 설교를 끝으로 은퇴했다. 

'섬김'과 '지성' 목회의 아이콘으로 자리해온 두 교계 지도자의 은퇴는 산업화 시대 영적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바통 터치를 의미한다. 

두 사람은 이날 '보답할 수 없는 은혜' '은혜가 족하도다'란 제목으로 담임목사로서 고별 설교를 했다. 

차분하면서 묵직한 말씀 은사가 2015년 마지막 주일을 맞는 예배당에 감돌았다. 




‘섬김 목회’ 이끌고...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명성교회에서 35년간 제가 한 일들은 기억할 필요도 없고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돌려야합니다. 주의 종은 주님의 일을 하고 사라질 뿐 언제나 우리 앞에 계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주일 밤 찬양예배에서 담임 목사로서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를 이끌어온 김 목사가 정년을 맞아 27일 은퇴했다. 


교회세습, 전별금 이슈 등 대형교회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도 특별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은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명성교회는 당분간 노회에서 임시당회장을 파견 받아 교회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명성교회는 이날 낮 주일찬양예배 후 교회 예루살렘성전 본당에서 ‘원로목사 추대를 위한 공동의회’를 열고 김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했다. 


1980년 7월 6일 김 목사가 명성교회를 개척한지 35년 5개월여 만이다. 


김 목사는 “주님의 은혜로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의 길을 떠나지 않고 목회 사역을 할 수 있었다”며 “그 길을 걷는 동안 항상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후임목사 선정은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심사숙고하기로 했다. 


명성교회는 지난 9월 말 청빙위원회를 꾸려 후임목사를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합병 후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징검다리 세습을 할 것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했다.  


청빙위는 ‘교회세습’ 논란을 일축하듯 김 목사 아들인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후임목사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목사 역시 최근 청빙위원들을 만나 “교단 총회를 존중하고 한국교회를 위한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2013년 교회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명성교회는 후임목사를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에 임시당회장 파송을 요청할 방침이다. 


임시당회장은 교회의 행정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주일예배 설교는 김 목사가 계속 전할 계획이다. 

명성교회는 김 목사에게 전별금 29억6000만원을 제시했지만 김 목사가 사양했다. 대신 이 돈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명성교회 교인 중 어렵고 힘든 교인들을 위해 10억원, 교회를 개척하려는 부목사에게 지원금 명목으로 10억원,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위해 9억6000만원을 써달라고 당회에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를 개척해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시켰다”며 “이런 경험 때문에 전별금을 교회 개척 지원금과 힘든 이웃을 위해 사용하길 원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은퇴 이후 선교사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김 목사는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장을 맡고 있고,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도왔던 에티오피아에 명성기독병원(MCM)을 세워 의료선교를 진행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서울 명일동 한 상가건물에 교인 20명과 함께 명성교회를 개척한 뒤 35년간 교회를 이끌며 교인 수 10만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 


특히 한국교회에 특별새벽기도회(특새) 바람을 일으키며 교인들의 새벽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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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오른쪽 세 번째)가 27일 은퇴예배를 마치고 교회 장로 및 교역자들과 송별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지성 목회’ 남기고...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눈크 디미티스(Nunc dimittis·이제 종을 평안히 가게 하소서)!” 


서울 중구 장충단로 경동교회를 16년간 이끌어온 박종화 목사는 27일 2부 예배 설교 말미 이렇게 인사했다. 


예루살렘 사람 시므온이 성전에서 마리아와 요셉, 아기 예수를 만난 뒤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임을 깨닫고(눅 2:29) 드렸던 라틴어 기도다.  


“이제 저는 떠납니다. 저는 떠나지만 우리 주 그리스도는 남아서 생명의 역사를 이어가실 것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곧바로 은퇴예배가 30분간 이어졌다. 

내빈소개나 떠들썩한 부대 행사는 하나도 없었다. 

본당을 가득 메운 교인들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을 배경으로 박 목사의 과거 사진과 영상을 조용히 지켜봤다. 


장로 2명의 송사가 끝나고, 2부 성가대가 부르는 찬송 ‘축복’이 울려 퍼졌다. 1999년 12월 5일 취임예배 때 연주됐던 곡이다. 


박 목사는 “이렇게 축복받으며 취임할 수 있구나, 이 축복을 교인과 나눠야겠다 생각했고 지금까지 그 마음을 지켜왔다”며 “오늘 다시 이 찬송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떠나면서 교인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예수 믿는 사람에겐 세상의 ‘소금’으로 세상을 썩지 않게 해야 하는 예언자적 사명이 있다”며 “하지만 소금이 녹아져서 스며들지 않으면 짠 맛을 내지도, 썩는 것을 막지도 못 하니 스스로 희생하는 소금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은 ‘빛’이 되어야 한다”며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됨과 동시에 추운 겨울을 녹이는 볕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아내 김현숙 사모와 예배 후 일일이 교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내년 4월 임기 만료 시점보다 앞당겨 치러진 은퇴예배는 시종일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됐다. 


당회는 그를 원로목사로 추대했다.


그는 1945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한신대와 연세대 신대원을 거쳐 독일 튀빙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76년부터 6년간 독일 뷔르템베르크교회 총회 등에서 협동선교사로 지냈다. 


한신대 교수 재직 시절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며 학문적 성과를 냈다.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굵직한 행보를 보였다. 


기장 총무로 6년간 활동했고, 91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으로 지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 운동에 기여했다.


그가 경동교회에서 보여준 목회 스타일은 ‘오케스트라 목회’로 요약된다. “목회자는 지휘자”이며 “성경말씀을 음악대본으로 삼아 저마다 악기를 연주하는 교인들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목회 철학이었다. 


목회 현장에서 다방면으로 에큐메니컬 정신을 실천했다. 


한·독 에큐메니컬 연합 예배,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과의 교환 예배 등을 드렸다. 


사회봉사를 강조하며 2000년 봄부터 외국인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한 ‘선한 이웃 클리닉’도 열었다. 타종교와의 소통에도 앞장섰다. 


박 목사는 교회력에 따른 예배를 강조하며 ‘절기별 성서일과’에 따라 설교했다. 

은퇴를 기념해 그동안 드렸던 설교집 ‘주일마다 나누는 하늘양식’을 펴냈다. 


그의 후임으로는 채수일 전 한신대 총장이 내년 1월 말 부임한다.      


<CBS 노컷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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