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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봉주 목사가 23일 일본 도쿄 기타신주쿠에 있는 동경온누리교회 앞에서 인터뷰

를 갖고 있다.




‘일본통’ 외교관이던 문봉주(68) 전 주뉴질랜드대사는 공직에 있을 때는 주일대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 ‘하나님 나라의 주일대사’로 8년째 일하고 있다. 


외교관 퇴임 후 목사 안수를 받고 2010년 일본 오사카온누리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2015년부터 동경온누리교회 담임으로 옮겨 목회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 기타신주쿠에 위치한 교회에서 23일 만난 문 목사는 외교관으로 출세했던 것처럼 목회자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교회를 부흥시킨 뒤 도쿄에서도 눈에 띄는 부흥을 이뤘다. 


부임 초 400명도 안 되던 주일예배 출석교인이 지금은 두 배로 늘어 800명에 육박한다.

문 목사는 “예배를 갱신하니까 교회가 부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인의 취향에 맞춰 조용하기만 했던 예배를 일어나 박수치고 찬양하는 예배로 바꿨다. 

처음에는 일본인들이 “왜 굳이 일어나서 찬양해야 되느냐”며 싫어했다. 


문 목사는 “여러분들 모인 곳에 일왕이 들어와도 가만히 있겠는가. 진짜 왕이신 하나님이 들어오시면 당연히 일어나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그들도 이내 수긍했다.


날마다 새벽을 깨우는 기도를 중요시해 ‘새벽형 크리스천’이라는 책도 펴낸 문 목사는 도쿄에 와서도 새벽예배를 시작했다. 


주변에선 “성도들이 출근하기 힘들어서 잘 안 될 것”이라고 했지만 첫날부터 50명이 왔다. 


많은 이들이 새벽기도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6시 새벽예배를 드리는데 평일에는 70명, 토요일에는 100명 이상 참석하고 있다. 


문 목사는 “새벽기도는 우리 교회의 최고 자랑이다. 부르짖는 기도를 하는데 참 아름답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외교관에서 목회자로의 성공적인 전직(轉職)에 대해 “내가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해외 공관장으로 있을 때 평신도로서 ‘성경의 맥을 잡아라’는 강의를 10년간 하며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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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온누리교회 신주쿠 이전 1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열린 가수 윤형주 장로(왼쪽)의

콘서트에서 문봉주 목사가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 문 목사는 고교 시절 기타에 

심취해 프로연주자를 꿈꾼 적도 있다. 동경온누리교회 제공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훈련을 하나님께서 충분히 시킨 것이다. 


일본에 대한 소명도 일련의 성령 체험을 통해 확실히 깨닫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목사가 된 지 1년 만에 갑자기 일본에 담임목사로 가게 됐을 때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컸다. 

외교부에서 동북아1과장과 아태국장을 역임하는 등 일본 관련 업무를 오래 맡았지만 일본어를 제대로 써본 건 1985∼88년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일했을 때뿐이었다. 


근 30년 만에 머릿속에서 일본어를 끄집어내 설교를 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이때도 하나님이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어느 날 저녁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나팔소리가 들리더니 ‘아들아, 내가 네 입에 말씀을 넣어줄 테니 너는 단지 입을 열어 선포하라’는 음성이 들렸어요.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게 담대함이 생겼지요.”


일본에 와서 어떻게든 매일 일본어로 기도하고 설교하다보니 6개월 정도 지나 말문이 확 트였다. 


머릿속에서 번역하지 않아도 기도와 설교가 일본어로 술술 나오게 된 것이다. 


현재 주일예배 중 2부 예배는 일본어로 하고 있다.


일본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으로서 한일관계의 앞날을 어떻게 내다보는지도 궁금했다. 


문 목사는 “양국에서 다 잘 해보려는 생각이 있으니 앞으로 잘 풀려나갈 수 있다”며 낙관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정권이 그동안 내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과의 외교를 희생시켜왔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런 추세가 아니다. 


특히 북한의 위협이라는 공통분모 앞에서 두 나라가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봉주 목사는


194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 대광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대학원(국제정치학)을 수료했다. 

1972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 동북아1과장, 주중한국대사관 공사, 외교부 아태국장, 주뉴질랜드대사, 주미뉴욕총영사를 역임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를 졸업하고 2009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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