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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스쿨버스 기사’로 알려진 김영진 목사가 교회 승합차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웃고 있다. 시온교회 제공


“안녕, 얘들아. 수업은 즐거웠니. 

안전벨트 멨으면 궁포리행 스쿨버스 출발한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천광로 시온교회 담임 김영진(57) 목사는 교회 승합차에 낙동초등학교 학생들을 태우면 항상 이렇게 인사합니다. 


교회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낙동초등학교 학생들은 김 목사를 스쿨버스 기사로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11년 동안 시골학교 학생들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김 목사는 2006년부터 자원해서 이 일을 하고 있죠. 


현재는 학교에서 산 하나를 넘어야 갈 수 있는 궁포리의 초등학생 3명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시골 초등학교다 보니 학생들이 계속 줄고 있어요. 지금은 병설 유치원생 10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40명 수준입니다. 하지만 원래 이 학교가 2010년 통폐합 대상이었거든요. 시온교회와 총동문회가 통폐합을 막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시온교회는 마을에 초등학교마저 사라지면 그나마 있던 활력도 사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낙동초등학교를 살리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스쿨버스 운행이었죠. 많을 때는 매일 20명이 넘는 학생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낙동초등학교는 살아남았고 지금은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보물 같은 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온교회 교인들은 ‘내 일처럼’ 힘을 모았습니다. 우선 교회가 진행하던 공부방 프로그램을 학교로 옮기기로 했죠. 


이후 학교에서 피아노 레슨과 영어, 한문 등의 특활활동이 시작됐고 교인들 중에 교사로 나선 이들도 있었습니다. 


스쿨버스에 이어 낙동초등학교에 생기가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죠.

2009년엔 시골학교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KBS가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인 ‘천상의 수업’의 촬영지로 낙동초등학교가 선정됐기 때문이었죠. 


제작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특별교사’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었습니다. 

오닐은 1년 가까이 진행된 제작 기간 중 수차례 학교를 방문해 직접 아이들에게 악기를 지도했습니다. 


천상의 수업 낙동초등학교 편은 2009년 추석에 ‘용재 오닐-천상의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죠. 


녹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낙동초등학교에 어린이 합창단이 조직됐고 음악 교육 열풍도 불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 피아노를 전공한 김 목사의 부인 김지영씨가 레슨 강사로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합창단은 지금도 졸업식과 입학식 등 학교의 공식행사 때마다 무대에 섭니다. 시온교회와 낙동초등학교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김 목사는 “시골교회가 목회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합니다.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형편을 진지하게 살폈고 필요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학교를 살렸으니 얼마나 보람 있습니까. 

스쿨버스 기사가 적성에도 맞는 것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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