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인 한원주 권사가 지난 7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병원 예배실에서 지난날을 회고하고 있다.
구십 평생 3분의 2를 의사로, 의사 직함을 가진 뒤로도 40년 넘는 세월을 소외 이웃을 위해 인술(仁術)을 펴고 있는 여의사 한원주(91·서울 소망교회) 권사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5회 성천상’을 수상했다.
성천상은 고(故) 이기석 JW중외제약 창업자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귀감이 되는 의료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
미소로 손님을 맞는 한 권사의 하얀 가운에 걸린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내과 과장 한원주’. “내가 우겨서 ‘과장’ 직함을 달았는데, ‘엄마’ ‘언니’ ‘누나’로 부르는 환자도 많아요.”
선명한 음성에 말끝에도 힘이 있었다.
손가락이 살짝 떨릴 뿐 건강해 보였다.
192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딴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10년 동안 미국원호병원 등에서 근무한 뒤 1968년 귀국했다.
“당시는 미국서 의사 공부한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들어와 개원하니까 환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지요. 잘나가던 때였고, 돈도 많이 벌었죠.”
1979년 여름, 그는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는 사건을 마주한다.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어요.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어요. 기도를 해도 ‘이게 아니잖아요. 하나님 정말 이럴 수 있습니까’라는 하소연부터 터져 나왔어요.
하지만 그 사건을 통해 ‘하나님이 왜 나를 의사의 길로 인도하셨을까’부터 되짚어보게 만드시더군요.”
그때 기억 속에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아버지가 되살아났다.
일제 치하부터 광복 이후까지 그의 아버지는 고향인 경남 진주를 중심으로 결핵퇴치운동과 콜레라예방운동에 앞장섰다.
한센병 환자와 형무소 수감 환자들, 두메산골 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에도 힘을 쏟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그는 그때 비로소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삶을 따르자.’ 부전여전(父傳女傳) 섬김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한 권사는 1979년 병원을 정리한 뒤 봉사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전인치유진료소 및 의료선교의원’ 소장 겸 원장으로 2008년까지 소외 이웃의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고 어루만졌다.
▲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한 권사. 그는 자신의 백발이 환자들에게 이질감을 갖게 할까 봐 검은색 두건을 쓴다고 설명했다.
28년 동안 그들을 돌보고 나니 그의 나이 여든둘이었다.
남들은 인생을 마무리할 때 그에겐 또 다른 사명이 기다렸다.
황혼 앞에 선 노인 환자들을 섬기는 일.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치매나 중풍, 파킨슨병 환자 같은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이분들을 돌보며 함께 지내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한 권사는 병원 측과 ‘종신계약’을 맺었다.
“제가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하되 치매 등 질병, 사고 때문에 일할 수 없을 때가 오면 이 병원에 입원하고 여기서 임종할 수 있도록 계약했어요.”
생의 마지막까지 환자들과 더불어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나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할머니가 처음 신앙을 가진 이래 그의 증손자까지 믿음의 대를 잇고 있는 6대 신앙 가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00년 인생을 향해 가는 한 권사가 지난 세월 경험한 하나님은 어떤 분일지 사뭇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하나님이에요. 인생의 고비마다 사랑의 힘으로 결국 선한 길로 인도해 주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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