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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웅 목사와 손영진 사모가 지난 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결혼한 뒤 31년간 정 목사는 말씀으로, 손 사모는 찬양으로 ‘너는 내 사랑’이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왔다. 



구약성경 39권 중 가장 나중에 정경으로 포함된 아가서는 평신도뿐 아니라 목회자에게도 난해한 본문으로 꼽힌다. 

노골적인 남녀 사랑을 시적 언어로 표현한 탓에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한국교회 강단에서 아가서 설교를 듣기도 쉽지 않은 때에 “지금이야말로 아가서를 읽으며 주님을 향한 사랑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21년간 북미에서 목회하다 3년 전부터 알타이선교회 소속 순회 선교사로 활동 중인 정철웅(61) 목사다. 


최근 아가서 강해서 ‘너는 내 사랑’(아르카)을 내놓은 그를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왜 하필 아가서냐”라고 첫 질문을 던졌다. 


정 목사는 “아가서를 통해 주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에서 아가서가 읽히지 않는 건, 그만큼 주님의 사랑을 모른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남녀 간의 사랑 대신 ‘우리와 주님의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아가서를 풀어낸다.


“유대인은 유월절 기간에 구원과 연결시켜 아가서를 읽었습니다. 

아가서는 신부의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해 다시 오실, 신랑 되신 주님을 기다리는 강한 열망으로 끝을 맺습니다. 

밤, 잠 등의 시적 언어는 우리의 영적 침체, 영적 태만 상태를 뜻하지요. 주님과 사랑을 시작하고 성숙해가는 신앙 여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비슷합니다. ‘맥체인 성경읽기 표’로 유명한 로버트 맥체인 목사, ‘중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드슨 테일러 선교사 등 많은 이들이 아가서 묵상으로 주님의 깊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그가 주님과의 첫사랑을 시작한 건 26세 때였다. 


뇌염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후유증으로 전신마비 증세가 덮쳤다.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간절히 주님을 찾았고 회복되는 은혜를 체험했다. 


이후 기독실업인회(CBMC) 사무총장을 지내며 비즈니스 선교에 헌신하다 뒤늦게 신학을 공부했다. 

1993년 캐나다로 건너갔다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2014년까지 교회를 개척하며 이민자들을 섬겼다. 

처절하게 외롭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다. 

매번 자신의 계획과 달리 진행되는 사역을 보면서 “내 목회 철학은 내려놓고 우는 사람 옆에서 친구가 돼주는 것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목회 부르심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성경강의와 더불어 ‘중년의 삶’에 주목하는 목회를 시작했다. 


중년에 다시 찾아온 죽음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목회하는 내내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성경연구와 심방, 기도만 했어요.

 잔디 깎는 일, 쓰레기 버리는 일에도 시간 쓰는 게 아까웠지요. 2001년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많이 달려왔다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아니더라구요. 비로소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요.

 교회 일만 주님 일이 아니라 가정을 돌보는 일도 주님의 일임을 깨닫고 그때부터 쓰레기 버리기는 제 담당이 됐지요.”


곧바로 중년 세미나를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등 ‘역할’에 대한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중년의 삶에 대해선 교회에서도 말하지 않았어요. 저처럼 삶과 죽음의 문제로 또는 사회적 실직, 이혼, 자녀를 잃는 경우 등 중년의 위기는 많습니다. 

변화와 재정리가 필요한 이 시기에 아가서는 또 다른 해답이 됐습니다.”


 그는 “아가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답하며 진정한 자아상을 발견하도록 해준다”며 “세상에 치여 초라해도, 주님을 열망하며 나아갈 때 내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할 때부터 향기 나는 삶, 진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 손영진(56) 사모에 대한 사랑 이야기도 들려줬다. 


손 사모는 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더빙판에서 주인공 애리얼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1세대 찬양사역자의 대표 주자다. 


가수 데뷔를 권하는 유혹도 많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찬양을 부르며 정 목사와 함께 사역 현장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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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미국에서 함께 사역하던 시절 모습. 정철웅 목사 제공


정 목사는 2014년 뜻하지 않게 이민목회를 접고 목회 기반이 없는 한국으로 들어왔다. 

손 사모가 대상포진을 앓다 한쪽 눈의 실명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손 사모는 한국에 들어온 지 10개월 만에 각막기증을 받고 회복 중이다. 

정 목사는 순회선교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일 년에 절반은 한국서 지내고 나머지 시간은 미국과 일본 중국 몽골 등 선교지를 섬긴다. 


정 목사는 “성경에 대한 지식 없이 속수무책으로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물결 앞에 서 있는 선교지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20년 설교 경험을 토대로 신학을 배우지 못한 현지 목회자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사역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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