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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구현 목사가 지난달 우간다 한 마을에서 안 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에게 안약을 넣어주고 있다. 비전케어 제공



올여름 이역만리 아프리카로 날아가 오토바이를 타고 8000㎞를 달렸다. 

첫 방문은 아니었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마주한 검은 대륙은 낯설었다. 


강렬한 태양, 아름다운 풍광,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아프리카의 민낯을 처음 확인한 기분이었다. 


방문지에서는 동이 트는 아침부터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의료봉사를 거들었다. 

환자들에게 진료 순번을 알려주고, 환자 차트를 정리했다. 


봉사를 끝내고 다음 사역지로 이동할 때면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의료진을 태운 미니버스와 승합차가 그의 뒤를 따랐다.


아프리카 대장정에 나선 주인공은 권구현(44·인천 선린교회) 목사.


2001년 설립된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 이사인 그는 이 단체가 지난 7∼8월 전개한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백내장 등으로 실명 위기에 처했거나 시력을 잃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빛’을 선물하는 행사였다. 


최근 인천 부평구 선린교회 목양실에서 권 목사를 만났다. 

목양실 화이트보드에는 아직도 아프리카 지도가 붙어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여름 


권 목사는 7월 4일 아프리카로 출국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8월 29일 귀국할 때까지 스와질랜드 모잠비크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를 차례로 방문했다. 


비전케어를 이끄는 김동해(52·명동성모안과 원장) 이사장과 의료진 10여명이 함께한 여정이었다.

아프리카 동남부를 종단하면서 이들이 벌인 사역은 사람들의 안(眼) 질환을 치료하는 일. 


수많은 구호단체가 에이즈나 말라리아를 예방·치료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안 질환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비전케어가 집중한 것은 백내장 치료였다. 


가는 곳마다 백내장으로 앞을 못 보거나 실명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받은 사람은 404명에 달한다. 


“굉장히 고마워했어요. 우간다에서 만난 한 환자는 무릎까지 꿇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환자를 다 받을 수가 없었어요. 두 눈이 다 안 좋은 분은 한쪽 눈만 치료해야 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진료를 못 받게 되자 엉엉 우는 분도 있었어요.”


권 목사뿐만 아니라 김 이사장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미니버스나 승합차에 동석하지 않고 오토바이 종단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 목사는 “아프리카의 구석구석을 느끼고 싶었다”고 답했다. 


“차를 타고 가면 자연 경관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10분쯤 보다가 잠들 겁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 없어요. 아프리카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죠. 

예컨대 어떤 마을에 들어갈 때 초입부터 많은 걸 느끼게 됩니다. 나무를 태우고 밥을 짓는 냄새, 주민들의 목소리, 아이들이 뛰어놀며 재잘거리는 모습….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거 같아요(웃음).”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위험천만한 상황도 자주 맞닥뜨렸다. 

하루에 500㎞ 넘는 거리를 오토바이 위에서 보낸 적도 있었다.


“케냐나 우간다는 도로에 차가 많아 힘들었어요. 


잠비아에서는 질 낮은 연료를 넣어서인지 오토바이 출력이 떨어져 애를 먹었죠.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저보다 이사장님이 정말 힘드셨을 거예요. 현장에 도착하면 수술까지 집도해야 했으니까요.”



평범한 목회자가 

오토바이를 타기까지


인천 출신으로 감리교신학대와 미국 에모리대를 나온 권 목사는 2010년 6월 선린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평범한 목회자였던 그가 오토바이를 타기로 결심한 건 2014년 3월. 


권 목사는 김 이사장이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 때 오토바이 종단을꿈꾸며 출퇴근도 오토바이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교 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어디든 언제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 말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프리카에 동행하겠다고, 나 역시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때까지 저는 오토바이 뒷자리에도 타본 적이 없었어요.”


처음엔 성도들의 반대가 심했다. 


목사가 오토바이를 타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지만 취지를 설명하자 수긍했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800㏄ 중고 오토바이까지 선물해주었다. 

이 오토바이로 맹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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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목사가 지난달 오토바이를 타고 탄자니아의 한 마을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이요셉 작가 제공



매주 월요일 새벽기도가 끝나면 오토바이로 전국 곳곳을 누볐다. 

지방에서 집회 등이 있을 때면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드린 기도는 다시 오게 해 달라는 거였어요. 

환자분들에게도 꼭 다시 와서 치료를 더 해 드리겠다고 약속했거든요. 

하지만 다시 간다면 오토바이는 안 탈 겁니다. 

오토바이는 팔아서 비전케어 사업비용에 보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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